'보호도시' 자처했던 美민주 지자체 "수용에 한계…더는 못받아"
불법이민자 수용 거부하며 책임 떠넘기기…"연방정부 나서야"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불법체류자 보호 도시'(성역도시)를 자처하며 중남미 출신 불법 입국자·망명 희망자 수용에 적극 나섰던 미국 지방정부들이 '한계 초과'를 호소하며 서로 떠넘기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ABC뉴스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인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47)는 전날 "이제 더이상 시카고와 뉴욕으로 망명 희망자들을 보내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같은 당 소속인 시카고와 뉴욕 시장이 폴리스 주지사에게 "망명 희망자들을 더이상 떠안기지 말 것"을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래 급증한 중남미 출신 불법 입국자들이 국경지대에서 멀지 않은 콜로라도주로 빠르게 유입되자 폴리스 주지사는 이들을 전세버스에 태워 대도시 시카고와 뉴욕으로 이송해왔다.
민주당 측이 불법입국자를 타 지역으로 이동시킨 공화당 소속의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를 '반(反)이민, 인종주의자'라고 몰아세운 이유와 다르지 않다.
그러다가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60)과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62)이 폴리스 주지사에게 불만을 제기했고 같은 당 소속인 이들 세 사람이 지난주 공개 설전을 벌인 후 이 같은 발표가 나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폴리스 주지사는 시카고에 대해선 지난 7일, 뉴욕에 대해선 지난 8일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불법입국자 이송 버스를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달 콜로라도에 기록적인 겨울폭풍이 닥쳤을 때 남쪽 국경을 넘어온 이들 다수가 (콜로라도 최대 도시이자 주도인) 덴버에 발이 묶였고 덴버는 망명 희망자 적체 현상을 목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콜로라도주는 지난 수주동안 불법 입국자들이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것을 도왔다. 망명 희망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 해결 방안을 찾아야 했다"며 하지만 시카고 시장과 뉴욕 시장이 이송 중단을 공식 요구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폴리스 주지사의 대변인은 "공식적 이송은 중단하지만 개별적으로 타도시로 가기 원하는 이들은 계속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라이트풋 시장과 애덤스 시장은 공개 서한을 통해 폴리스 주지사에게 "시카고·뉴욕을 목적지로 한 이민자 이송 버스 운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두 시장은 "국경지대에서 헤어진 가족이 한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나, 시카고와 뉴욕은 이미 불법체류자 수용 능력이 한계치를 넘어섰다. 그들이 피난처를 찾고 지원을 받기 어려울 뿐아니라 취약계층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불법 입국자 문제를 지방 정부가 자체적으로 감당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연방 정부 차원의 체계적 대책과 비용 지원을 촉구했다.
애덤스 시장은 "한동안 공화당 주지사들이 보내온 이민자 문제를 처리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는 민주당 주지사들이 떠안긴 이민자들까지 돌봐야 한다"며 "연방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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