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 시나리오 나왔나…임금급등 진정에 美 연착륙 기대↑
54년만의 최저 실업률·임금 상승세 둔화…전문가 "연착륙에 좋은 뉴스"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 급등세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12월 고용보고서에 미 경제가 불황을 피해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실업률이 높아지지 않았음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번 보고서 내용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바라는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 시나리오에 해당할 수 있다고 미 언론들은 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연준이 고용보고서에서 골디락스를 얻다'는 제목으로, 마켓워치는 '골디락스 시나리오? 임금 상승 둔화가 미 경제의 경기침체 회피를 도울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각각 이 같은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보다 4.6% 각각 늘어나 시장 전망치(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0%)를 하회했다. 전년 대비로는 지난 2021년 여름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치다.
근로자 임금 급등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연준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자연스럽게 해소 내지 완화하는 현시점에서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마지막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물가 지표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났음에도 연준이 노동시장 과열을 거론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임금 급등세가 꺾인 것과 무관하게 노동시장의 힘은 여전히 강했다는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는 22만3천 개 증가해 시장 전망치(20만 개)를 상회했고, 실업률은 전월(3.6%)보다 낮은 3.5%로 54년 만의 최저치 타이기록을 세웠다.
만약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노동시장을 식히려는 의도로 무리하게 금리를 추가 인상하고 고금리를 오래 유지할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전직 연준 이사인 랜들 크로즈너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연준이 원하는 것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낮은 임금인상률"이라면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임금발(發)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이 줄어든다면 연준으로서는 경기침체를 촉발하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근접할 수 있다.
블룸버그 소속 이코노미스트인 애나 웡과 엘리자 윙어는 "12월 일자리 보고서는 골디락스의 흔적처럼 보인다"고 말했고, 인디드 채용연구소의 닉 벙커 리서치국장은 "이번 보고서는 연착륙 가능성에 대한 좋은 뉴스로 가득하다"며 "많은 신호가 연착륙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2023년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팽배했던 것에서 달라진 모양새다.
연준 고위 인사들도 점차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NBC 인터뷰와 전미경제학회(AEA) 연례회의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만약 침체가 오더라도 "짧고 약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최근 "연착륙 확률이 작년 가을과 비교해 올라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임금 상승세 둔화가 지속적인 흐름이 될지 단 한 달의 지표만으로는 알 수 없는 데다 빅테크와 부동산, 금융 기업들 몇몇 분야에서 대량 해고가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골디락스 시나리오의 현실화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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