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명인사 잇단 사망에 '코로나 통계조작' 의혹 증폭
"인터넷 아무리 뒤져도 사망원인 언급없어"
의료·장례시설 초비상에도 한달 사망자 '22명' 동결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에서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 이후 유명인사의 부고가 잇따르면서 당국의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1일 배우 궁진탕의 사망 소식이 전해져 새해 첫날부터 중국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향년 83세로 세상을 떠난 궁진탕은 중국 최장수 드라마 '타지에서 온 새댁, 현지 신랑'에서 주인공 가족 캉(康)씨 집안의 아버지 역할로 잘 알려진 유명 배우다.
영화 각본가인 니전도 지난달 말 84세로 세상을 떴다. 그는 장이머우 감독의 1991년 작 '홍등'의 각본가로 잘 알려져 있다.
2일에는 1978년 광명일보 칼럼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다'의 저자인 후푸밍(胡福明) 전 난징대 교수가 8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이 칼럼은 마오쩌둥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내용으로, 문화대혁명 시기 과오를 바로잡자는 개혁 운동인 '발란반정'(撥亂反正·혼란을 수습하고 정상을 회복)의 시작을 알린 글로 평가받는다.
앞서 지난달에는 유명 경극 배우 추란란이 사망했다. 그는 40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샀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21∼26일에만 최소 16명에 이르는 저명 과학자들의 부고가 언론에 보도됐다고 BBC는 전했다.
최근 사망한 유명인사 가운데 코로나19로 숨졌다고 확인된 경우는 없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유행 실상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를 사망원인으로 보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니전 교수의 부고 기사에는 "그도 '나쁜 독감'으로 죽은 건가"라는 댓글이 최상단에 올랐다. 그 아래에는 "온 인터넷을 샅샅이 훑어도 그의 사망원인을 알 수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달렸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당국이 '코로나 제로' 정책에서 '위드 코로나'로 갑작스럽게 전환한 이후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환자가 폭증하고 감염 추정 사망자도 급격히 늘어나 병원과 화장장들이 한계에 몰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방역 당국은 지난달 12일 이후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이 22명뿐이라고 발표했다.
당국은 폐렴과 호흡 부전 사망자만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로 분류해 발표하다 실상과 다르다는 비판에 지난달 말부터는 관련 통계 발표를 중단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중국이 사망자 수 등 코로나19의 진정한 충격을 실제 보다 줄여서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방역 당국은 이런 의구심에도 여전히 코로나19 유행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베이징 호흡기질병연구소장은 관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겨울 노인 사망자 수가 예년보다 "늘어난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전체 코로나19 감염 사례 가운데 중증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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