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례 이상 투표는 164년만…성과없이 이튿날까지 정회
의회폭동 2주년에 난맥상…트럼프 호소에도 공화 강경파 반란 계속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전명훈 기자 = 미국 하원이 개원 3일째인 5일(현지시간)에도 의장 선출에 실패했다.
다수당으로 의장 선출의 열쇠를 쥔 공화당에서 반란표가 계속 나오면서 첫날 2차례, 이튿날 4차례를 포함해 이날까지 총 11번째 투표까지도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하원의장 선출을 두고 10차 이상 투표가 진행된 것은 164년 만에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미국 의회폭동 2주년을 맞아 분위기가 숙연해진 이날 의회가 난맥상을 다시 노출하며 입법활동 공백 우려를 자극했다.
하원은 이날 오후 내내 호명 방식으로 7∼11차 투표를 진행했으나 공화당의 자중지란만 거듭 드러났다.
정오 7차 투표에서는 재적 의원 434명 대상 투표에서 공화당의 공식 하원의장 후보인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201표를 받는 데 그쳤다.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려면 과반인 218표를 얻어야 한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은 222명이지만 반란표가 쏟아졌다.
공화당 강경파는 이날도 별도의 하원의장 후보로 바이런 도널드(공화·플로리다)를 내세우고 그에게 19표를 던졌다.
공화당 매슈 게이츠 의원(플로리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 기권표 1표도 공화당에서 나왔다.
반면 민주당 의원 전원(212명)은 자당 의장 후보인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를 지지했다.
이어서 진행된 8∼9차투표에서도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가 반란을 주도했다.
두 투표에서 공화당 소속 의원 중 21명이 매카시 원내대표가 아닌 다른 후보를 선택하거나 기권했다.
10∼11차 투표에서도 내분 양상이 계속됐다.
두 투표에서 매카시 원내대표는 200표를 얻는 데 그쳤다. 공화당 소속 22명이 다른 의원에게 투표하거나 불참 내지 기권했다.
이날 마지막 투표였던 11차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되자 하원은 결국 본회의 정회안을 통과시켜 의장 선출을 다음 날로 넘겨야 했다.
사실상 요식 절차로 간주됐던 하원의장 선출 투표가 10차 넘게 진행된 것은 1859년 이래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남북전쟁(1861~1865년) 직전이었던 당시에는 모두 44번의 투표가 진행됐다.
앞서 가장 최근까지 의장 선출을 위해 2회 이상 투표가 진행됐던 것은 100년전인 1923년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9차 투표에서 의장을 선출하는 데 성공했다.
10차례가 넘는 투표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내 분열이 계속되면서 미국 연방의회의 반쪽인 하원의 마비가 장기화할 우려가 나온다.
하원의장 선출이 돼야 하원 구성이 되면서 하원이 가동될 수 있고 입법 절차 등도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매카시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데 이어 매카시 원내대표도 강경파 의원들과 협상을 벌여 이들의 요구 일부를 수용하는 등 추가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매카시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가 추가 양보안을 제시하면서 막판 물밑 설득 작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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