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이틀째 의장 선출 불발…'권력서열 3위' 공석 아노미(종합2보)
100년만의 하원 지도부 부재…의회 공전 사태 장기화
공화당 강경파, 트럼프의 매카시 지지 당부에도 '반란표'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하원은 4일(현지시간) 이틀째 본회의를 열고 의장 선출을 위한 재투표에 나섰으나 의장 당선자를 확정짓지 못했다.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4·5·6차 호명 투표를 했으나 공화당 내에서 반란표가 이어지며 어느 의장 후보도 과반(218표)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하원은 정회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16, 반대 214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하원은 오는 5일 정오에 다시 집결, 속개된다.
앞서 하원은 전날 의장 선출을 위해 세 차례 투표를 진행했으나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에서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란표가 속출하면서 의장 선출은 물론 원구성에 실패했다.
이날도 공화당은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를, 민주당은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를 각각 후보로 추천했다.
공화당 강경파는 이와 별도로 바이런 도널드(공화·플로리다)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사망으로 인한 결원(1명)을 제외하고 434명 의원 전원이 참여한 세 번의 투표에서 매카시 원내대표는 201표 득표에 그쳤고, 민주당 전원의 지지를 받은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212표를 획득했다. 도널드 의원이 20표를 얻었다.
전날 매카시 원내대표에게 투표한 공화당 빅토리아 스파츠 의원은 이날 투표 때는 '재석(present)'을 외치고 지지 후보는 호명하지 않아 매카시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공화당 강경파는 바이든 정부에 대한 고강도 견제를 위해 의사규칙 변경 등을 요구하며 매카시 원내대표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매카시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와 공화당의 단결을 당부했지만, 강경파들은 이렇다 할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공화당 분열에 따른 공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매카시 원내대표 측은 강경파 의원들과 물밑 협상을 통해 이들에 대한 설득을 시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카시 원내대표 측과 강경파는 각각 2명씩으로 협상팀을 구성, 본격적인 절충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강경파 설득에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해 민주당도 비공식 접촉 중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하원 의장 당선 요건은 재적 의원수의 과반이 아니라 기권표를 제외한 유효 투표수의 과반인 만큼, 민주당 의원들이 아예 투표에 불참하거나 참석해도 지지 후보를 밝히는 대신 '재석'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과반 요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공화당 입장에서는 다수당이 되고서도 시작부터 상당한 수준의 양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매카시 원내대표를 구원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보에게는 도움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여유 있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날 정회가 결정 되자 "오늘 밤 투표를 한다고 해서 달라졌을 것 같지 않다"며 "향후 있을 투표에서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의장 선출이 지연되면서 미 하원의 공전 사태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하원은 의장 선출 이후 의원 선서 및 상임위 위원장 임명 등을 마무리 지어야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
하원은 지난 1923년 9번의 투표 끝에 당시 프레더릭 질레트 하원 의장을 선출한 바 있다.
남북 전쟁 직전인 1855년에는 의회 내 분열로 두 달간 133번의 투표 끝에 하원 의장 당선자를 결정했다.
연방 의회 구성 이후 현재까지 하원 의장 선출을 위해 2차례 이상 투표를 한 경우는 모두 14번뿐이다.
이날 켄터키를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하원 의장 선출 지연과 관련, "나라를 위해 부끄러운 일"이라며 "당파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의회가 기능하지 못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우리는 이미 제도에 대한 공격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것 때문에 더욱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