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성폭행 등 일부 범죄 재판에 배심제 폐지…'비용절감'
법조계 일부선 '참여 민주주의 후퇴' 반대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프랑스 법원이 성폭행 등 일부 범죄의 재판에서 배심원을 없애는 새로운 재판 제도를 시행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배심원 재판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인데, 프랑스 법조계는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유지돼 온 사법제도의 틀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은 배심원 재판을 살인이나 테러 등 중대 범죄에 집중하는 대신 성폭력이나 강절도 등 다른 범죄에선 배심제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특히 최고 형량이 징역 15~20년인 범죄의 재판은 다섯 명의 판사로 이뤄진 새로운 형태의 합의제 재판을 하기로 하고 지난 3년간 이를 일부 사건에서 시범 운영했다.
기존엔 3명의 판사와 6명의 배심원이 재판을 해 왔는데, 배심원을 제외함에 따라 판사 수를 보강한 것이다.
이는 시민을 배심원으로 선발해 운영하는 데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고 배심원 재판 한 건 당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 사법부의 업무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형태의 재판에서 다뤄진 사건의 거의 90%는 성폭행 범죄였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사법제도의 변화로 인해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성폭행 재판이 배심원제 대신 5명의 판사로 이뤄진 합의부의 재판을 받게 된 셈이다.
수천 명의 판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들은 바뀐 제도가 사법부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오랫동안 유지돼 온 배심원제를 축소하는 것이 민주주의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에 서명하며 반감을 드러냈다.
파리대학 법대 교수인 벤야민 피오리니는 르몽드에 "1789년 혁명의 유산이자 참여 민주주의의 상징과 같은 배심제 재판이 없어지려 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에릭 듀퐁-모레티 법무부 장관은 RTL 라디오에 "이번 사법 개혁은 대중 배심원제의 폐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항소심이나 대부분의 중요 범죄의 경우 계속 배심원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도 법무부 장관이 되기 전 변호사로 있을 때는 사법 제도 변화에 대해 "배심원 재판의 죽음"이라며 반대한 바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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