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남편 죽인 여성도 포함…"미국은 다시 한번 기회 주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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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마약 관련 전과자와 수십 년 전 폭력적인 남편을 죽인 여성 등 6명을 사면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 가운데 5명은 마약·알코올 관련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으며 형을 마친 뒤 지역사회 등을 위해 봉사했다.
22세 때 코카인 거래를 도와 6개월을 감옥에서 보낸 이후 사업가로 성장한 66세 남성, 23세 때 대마초를 유통해 1년 9개월을 복역했지만 이후 육군에서 명예롭게 복무한 50세 남성, 18세 때 위스키를 불법으로 팔아 5개월 보호 관찰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수십 년을 교회에서 봉사한 77세 남성 등이다.
나머지 1명은 33세 때 남편을 살해한 80세 여성 베벌리 앤 이븐-타마스다.
그녀는 남편이 임신 중이었던 자신을 때리고 협박했다며 재판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했는데 이 주장은 법원이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인 '매 맞는 여성 증후군'(BWS)을 인정하게 되는 주요 계기가 됐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그녀는 형을 마친 뒤 죽은 남편과 함께 낳은 두 자녀를 홀로 키웠으며 현재 의료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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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면한 6명 모두 오래전에 형을 마쳤기에 사면은 범죄기록을 삭제한다는 의미가 있다.
백악관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나라이며 전과자를 구제하고 사회에 복귀할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이들이 생산적이며 법규를 준수하는 사회 구성원이 되는 것을 돕는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을 사면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에도 측근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후원자인 사업가 엘리엇 브로이디, 여야 정치인, 연예인 등 144명을 사면·감형해 논란이 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사면권을 세 차례 사용했다.
지난 10월에는 대마초를 단순히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전과자가 된 수천 명을 사면했다.
이미 여러 주(州)에서 사용을 허용한 대마초를 소지한 것만으로 감옥으로 보내 너무 많은 인생을 망가뜨렸고 백인과 유색인종 모두 대마를 비슷하게 사용하는 데도 사법 체계가 유독 유색인종에게 더 가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4월에는 3명을 사면하고 75명의 형량을 줄였는데 이때도 마약 소지, 운반, 유통 관련 전과자가 다수였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면서도 범죄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 구제하고 사회 복귀를 돕는 나라라는 입장을 밝혔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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