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코앞' 브라질 대통령 미국행…룰라 취임식 불참
보우소나루, 소셜미디어서 눈물겨운 인사…과격 시위대 '옹호'
선거 패배 승복 여전히 안 해…"일부 지지자, 보우소나루에 겁쟁이 비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10월 대선에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브라질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신임 대통령 취임을 이틀 앞둔 3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출국했다.
보우소나르가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전임 대통령이 후임에게 대통령 띠를 넘겨주는 전통도 깨지게 됐다.
AP·로이터통신과 CNN 브라질 방송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호 인력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구체적인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소유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유력한 장소라고 전했다.
이로써 내년 1월 1일 브라질리아에서 열리는 룰라 대통령 취임식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전임 대통령이 후임 취임식에 참석해 대통령 띠를 넘겨주는 관행 역시 지켜지지 않게 될 전망이다. 이 의식은 안토니우 아미우통 마르칭스 모랑 부통령이 대신 맡을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마저도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임에 도전한 10월 대선 결선 투표에서 득표율 1.8%포인트 차로 낙선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간 측근에게 "(룰라에게) 대통령 띠를 건네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밝힌 바 있다.
현지에서는 그가 한동안 되돌아오지 않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한다. 공금 횡령 등 각종 부패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대통령 임기 종료와 함께 면책 특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출국 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의 주 활동 무대였다가 대선 패배 후 뚝 끊었던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켜고 퇴임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눈물을 삼키며 "이 자리까지 올 것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언급한 뒤 전국 주요 군부대 앞에 이른바 '애국 캠프'를 차리고 야영하며 군부 쿠데타 촉구 과격 시위를 벌인 지지자에 대해 "그들은 단지 자유를 추구했을 뿐이며, 누구의 지시나 조정 없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고 감쌌다.
최근 공항 인근 폭탄 테러 시도 등으로 경찰에 붙잡힌 이들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는 (그들을) 왜 내 추종자로 분류하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다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선거 패배 승복'은 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브라질리아 대통령궁 앞에 있던 일부 지지자가 퇴임 연설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겁쟁이"라며 힐난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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