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성지 관리, 선 넘지마"…요르단 왕, 이스라엘에 경고
예루살렘 내 이슬람교·그리스도교 성지에 대한 권한, 요르단이 보유
유대 민족주의 강경파 득세 차기 네타냐후 정권에 경고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이스라엘이 점령중인 동예루살렘 내 이슬람교·그리스도교 성지의 관리 권한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고 미국 뉴스채널 CNN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정권을 탈환하면서 금명간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우익-극우 연립정부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28일 공개된 단독인터뷰에서 압둘라 국왕은 그가 보유한 예루살렘 성지 관리인 지위에 이스라엘이 변화를 가하려고 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넘어서는 안 되는 '빨간 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키 앤더슨 앵커에게 "만약 우리와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면서도 "만약 (이스라엘 측이) 선을 넘으려고 하는 경우는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타냐후가 29일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의 승인을 받아 구성할 차기 연립정부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익 성향이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관 내정자들 중에는 주류 정치권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여겨지던 극우 민족주의와 유대교 근본주의 인사들 여러 명이 포함돼 있다.
올해 들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분쟁이 심해지면서 충돌에 따른 사망자 수가 거의 20년 만에 최다 수준으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성 우익 정부가 이스라엘에 들어서면 충돌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압둘라 국왕은 "다음 번 인티파다(이스라엘에 맞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봉기나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며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법과 질서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고, 이스라엘인이든 팔레스타인인이든 득 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걱정을 주변국들 모두가 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서도 이 점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인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동예루살렘은 옛 유다 왕국의 수도이던 옛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대인들이 '성전산'(聖殿山·하르 하바잇·영어 'Temple Mount'), 무슬림들이 '알하람 알샤리프'라고 부르는 구역에 유다 왕국의 야훼 성전이 있었다.
이곳은 유대교 최대 성지이며, 이슬람교에서도 메카와 메디나 다음가는 핵심 성지다. 그리스도교에서도 매우 중요한 성지로 간주된다.
이슬람교 예배당인 '알아크사 모스크', 그리스도교 예배 장소인 '거룩한 무덤 성당' 등이 이곳에 있다.
요르단의 하심 왕가는 1924년부터 예루살렘 내 이슬람교 및 그리스도교 성지들의 공식적 '관리인'(custodian) 역할을 맡고 있다. 1967년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점령하고 1994년 평화조약을 체결할 때도 이런 "특별한 역할"을 인정하는 조항이 포함됐으며 주변국들과 미국·유럽연합(EU) 등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동예루살렘 전역의 치안 유지는 이스라엘이 독점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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