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높은 뉴욕메트 "변신만이 살길"…기부금 손대고 현대극 확대
"공연계 강타 팬데믹에 티켓판매 부진, 경기후퇴에 기부금 수령도 차질"
인기 '껑충' 현대극 라인업에 대거 포함…내년시즌 개막작도 고전 아닌 신작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 중 하나로 꼽히는 콧대 높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가 코로나19로 살림이 쪼들리자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을 거치며 입장객이 줄어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탓이다.
뉴욕 메트 오페라는 26일(현지시간) 쌓아뒀던 기부금 중 3천만 달러(약 380억원)를 꺼내 쓰고 비용 절감을 위해 다음 시즌 무대에 올리는 공연 수를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최근 들어 고전 작품보다는 표가 더 잘 팔리는 현대 작품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메트가 이처럼 재정적·예술적으로 큰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은 팬데믹 여파로 힘들어진 공연단체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뉴욕메트의 손실은 1억5천만 달러(약 1천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메트 오페라의 피터 겔브 총감독은 "어려움이 어느 때보다 크다"며 "변신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기부금 적립액은 꾸준한 투자 수익을 창출해 계속 불릴 수 있는 까닭에 뉴욕메트와 같은 비영리 예술단체는 좀처럼 손을 대지 않는다.
연간 예산이 3억1천200만달러(약 4천억원)에 달하는 뉴욕메트는 가뜩이나 쌓아둔 기부금이 명성에 비해 적은 3억600만 달러(약 3억9천억원)에 불과한 실정이지만,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고육책으로 기부금을 꺼내 쓰기로 했다고 NYT는 전했다.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약정된 기부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다 티켓 판매마저 생각보다 부진해 재정이 빠듯해진 뉴욕메트는 향후 기부자들이 약속을 이행해 현금이 들어오면 이번에 꺼내쓴 적립금을 다시 채울 계획이다.
올시즌 215개의 공연을 올리는 뉴욕메트 오페라는 비용 절감을 위해 내년 시즌에는 공연 횟수도 10% 가까이 줄이기로 했다.
푸치니의 '라보엠'이나 베르디의 '아이다' 등 클래식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취향의 충성 관객을 배려해 수십 년 동안 현대 오페라를 주력 공연으로 삼는데 주저해 온 뉴욕메트가 현존하는 작곡가들이 쓴 현대극을 대거 선보이기로 한 것은 특히 눈에 띄는 변화다.
무엇보다 팬데믹 기간 현대극이 고전 작품들의 흥행을 뚜렷이 압도하자 좀 더 많은 현대극을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등 과감히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가령 이번 달 공연된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의 경우 객석 점유율이 40%에 불과했지만, 재즈 음악가 테런스 블란차드가 작곡한 '파이어 셧업 인 마이 본즈'(Fire Shut Up in My Bones), 현대작곡가 케빈 풋츠의 '더 아워즈'(The Hours)는 각각 지난 시즌과 올 시즌 매진을 기록했다.
이런 기류에 고무된 겔브 총감독은 이제부터는 관심이 집중되는 시즌 개막작 역시 신작으로 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 시즌 뉴욕메트 오페라의 개막작은 동명의 영화를 오페라로 옮긴 제이크 헤기의 '데드 맨 워킹'으로 선정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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