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결산] 4년만에 약세로 돌아선 증시…시총 567조원 허공에
코스피 25%↓…외인 6조8천억원 순매도·개인 16조6천억원 순매수
코스닥 34% 하락…거래 반토막·기술주 줄줄이 급락
삼성전자는 '5만전자'로…네이버와 카카오 등 기술주도 급락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채새롬 기자 = 올해 증시가 4년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는 25% 하락해 2,230대까지 내려갔고 코스닥지수는 670대로 주저앉았다. 두 시장 시가총액은 1년 새 567조원 증발했다.
금리 인상에 성장주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삼성전자는 '5만전자'로 전락했다.
이른바 '동학 개미'가 자취를 감추면서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공모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 코스피, 25% 하락한 2,236.40…시총 436조원 증발
코스피는 29일 2,236.40으로 작년 말(2,977.65)보다 741.25포인트(24.89%) 하락했다. 작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코스피는 올해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실현 매도 여파로 4년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천767조원으로 작년 말보다 436조원(19.8%) 감소했다.
연간 코스피 종가(등락률)를 보면 2019년 2,197(7.7%), 2020년 2,873(30.8%), 2021년 2,977(3.6%)에서 올해 2,236(-24.89%) 등 이었다.
전 세계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가속화로 코스피는 지난 9월 30일 2,155로 연저점을 기록한 뒤 지난달 11일 2,483까지 반등했지만 이달 들어 변동성이 커지면서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 등락률은 주요 20개국(G20)과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27개국 중 25위에 그쳤다.
통화 긴축 가속화 등에 따른 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 우려로 기술주와 경기순환주 중심으로 낙폭이 컸다.
서비스업이 42.1% 하락했고, 건설업(-36.0%), 전기전자(-30.1%) 등 17개 업종이 떨어졌고, 보험(9.7%), 전기가스(8.4%), 음식료(0.5%) 등 3개만 올랐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이날 5만5천300원에 거래를 마쳐 작년 말(7만8천300원)보다 29.37% 하락했다.
국내 대표 기술주는 반 토막이 났다. 네이버(NAVER)[035420]는 작년 말 37만8천500원에서 이날 17만7천500원으로 53.10% 내렸고, 카카오 역시 11만2천500원에서 5만3천100원으로 52.8% 떨어졌다.
코스피에서 개인은 3년 연속 매수세를 지속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조8천억원, 11조3천억원을 순매도해 3년째 매도세를 고수했다.
최근 3년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020년 24조5천억원, 작년 25조6천억원, 올해 6조8천억원 등으로 모두 56조9천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코스피 시가총액 보유 비중은 33.5%에서 31.4%로 떨어졌다.
기관 역시 2020년 25조5천억원, 작년 38조6천억원, 올해 11조3천억원 등 3년간 75조4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2020년 47조4천억원, 작년 65조9천억원, 올해 16조6천억원 등 3년간 129조9천억원을 순매수했다. 올해 매수 규모는 작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9조원으로 작년(15조4천억원)보다 41.6% 줄었다. 거래량도 올해 5억9천주로 작년보다 42.7% 감소했다.
거래 비중은 개인이 작년 62.9%에서 올해 53.1%로 낮아졌고 외국인은 18.8%에서 26.2%로, 기관은 17.2%에서 19.7%로 각각 상승했다.
◇ 코스닥, 34% 하락해 670대로…성장주 급락
성장주 위주의 코스닥지수는 코스피보다 하락 폭이 컸다.
코스닥은 이날 679.29로 마감해 작년 말 대비 34.3% 하락했다.
연초 1,038.97에 개장한 코스닥은 이른바 '천스닥'을 3거래일 만에 반납하고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10월 13일 연저점(651.59)을 기록한 이후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속도 조절 기대감에 700대 중반까지 소폭 반등했다가 폐장일이 가까워지자 다시 700선 밑으로 내려왔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315조원으로,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물 출회가 확대되면서 작년 말 대비 131조원(29.3%) 감소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9천억원으로 작년보다 41.8% 줄었고, 거래량도 10억3천만주로 41.1% 감소했다.
개인 투자자는 매수세를 유지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한 해 동안 외국인은 4조2천억원, 기관은 2조2천억원을 각각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8조6천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시가총액 보유 비중은 작년 9.9%에서 올해 9.0%로 감소했다.
대다수 업종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디지털콘텐츠(-61.5%), 소프트웨어(-48.8%), 인터넷(-42.2%) 등 성장주 관련 업종이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 IPO 최대어 LG엔솔 제외 대형기업 상장 철회 잇달아
올해 증시 침체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 기업 수는 9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작년(23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1월 초만 하더라도 IPO 역대 최대어로 꼽힌 LG에너지솔루션이 수요예측, 일반청약에서 사상 최고 기록을 쓰며 IPO 흥행 분위기를 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요예측에서 1경원(1조의 1만배)이 훨씬 넘는 기관 주문액을 모았고, 일반 청약 증거금은 114조원, 청약 건수 442만4천여건으로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반기에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조 단위 대어급 기업들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상장을 철회했다.
CJ올리브영, SSG닷컴 등은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올해 내 증시 입성이 기대되던 컬리와 케이뱅크도 상장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다만 유가증권시장 공모금액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덕에 역대 2위인 13조5천억원을 기록하면서 작년 대비 21.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유가증권시장 IPO 침체에도 코스닥시장에선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상장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작년과 비교해 신규 상장 기업이 증가했다.
올해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 수는 129개로, 작년(115개사) 대비 12.2% 증가했다. 다만 공모금액은 3조원으로 작년(3조6천억원)보다 16.7% 감소했다.
코넥스 신규상장 기업 수는 14개사로 작년(7개사)의 2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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