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R사의 두얼굴…민주주의 걱정하며 사우디 이미지세탁 도와"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미국의 대형 PR 컨설팅회사인 에델만이 인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미지 세탁 용역을 맡아 돈벌이에 열중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이 일거리를 찾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에델만은 자사 발행물 등을 통해선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기에 적잖은 인권문제를 일으키는 사우디의 국가 홍보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것은 위선적이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에델만은 최근 수년간 사우디의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한 각종 용역을 수행해 왔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장악한 이후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정치적 자유가 거의 박탈됐고 정권에 대항하는 정적에 대해선 무자비한 투옥과 고문도 자행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특히 2018년 10월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암살된 사건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사우디는 부인하지만, 미국 등 서방국들은 이 사건의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카슈끄지 사건 이후인 2018년부터 최근까지 4년간 에델만이 사우디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각종 컨설팅 용역 대가로 챙겼거나 받기로 약정한 금액은 960만달러(123억2천만원)에 달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에델만은 최근 사우디의 국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서치 비욘드'(Search Beyond)로 명명된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에델만의 용역은 대부분 미국에서 사우디의 평판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행하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에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된 글로벌 기업인 초청 모임인 '비즈니스 20'을 홍보하기도 했다.
당시 에델만이 이를 위해 뿌린 보도자료는 '경제계를 주도하는 여성들', '여성 등의 권익 향상을 위한 노력' 등 사우디 정부가 여성의 인권 신장에 애쓰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여전히 여성 권익 활동가들을 감금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트위터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수십 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여성을 억압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꼬집었다.
그런데 에델만은 대외적으로는 권위주의에 대항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위선적인 행보를 보인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일례로 올해 3월 31일 에델만은 사우디 문화부와 78만7천달러(약 10억원)짜리 PR 서비스 용역을 맺었는데, 그로부터 며칠 후 회사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에델만은 블로그에 민주주의 진영에 대립하는 독재정권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에델만은 또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선 특별 보고서를 통해 인권을 침해하거나 국제법을 어기는 국가를 응징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라고 여기는 응답이 59%에 달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에델만 CEO는 평소 자신의 블로그나 인터뷰 등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권위주의 정권의 위협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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