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르완다로 난민신청자 이송 계획 힘 받나…법원, 합법 판단
난민 신청자 8명 등 원고 측 항소 검토…영국 정부는 환영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영국 정부가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 망명 심사를 받게 하는 계획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영국 고등 법원이 판단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고등법원은 19일(현지시간)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쫓아낸다는 방침이 유엔 난민 협약이나 인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고 BBC 방송, AFP 통신 등이 전했다.
법원은 "정부가 망명 신청자들을 르완다로 보내고, 그들의 망명 여부를 영국이 아닌 르완다에서 결정하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법원은 다만 인권 단체 등과 함께 이번 소송을 제기한 망명 신청자 8명의 상황을 정부가 적절하게 고려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어떤 사정 때문에 망명을 신청했는지를 영국 정부가 충분하게 살피지는 못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들은 시리아, 이란, 이라크에서 왔으며 난민과 이주민을 지원하는 단체 '케어4칼래', '디텐션 액션' 등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냈다.
'디텐션 액션'에서 활동하는 제임스 윌슨은 이날 법원이 내린 판결에 "매우 실망했다"며 "다음 단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전열을 가다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영국 공무원 노동조합의 폴 오코너는 정부의 정책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항소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방문 중인 리시 수낵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원 판단으로 정부가 "불법 이주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은 "우리가 항상 합법적이라고 주장해온 정책을 오늘 법원이 이를 지지했다"며 정책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르완다 정부는 이날 판결이 세계 이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영불해협을 건너오는 불법 이주 문제로 골치를 앓아온 영국 정부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수장이던 지난 4월 르완다 정부와 난민 이송 협약을 맺었다.
영국이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에 보내 망명 심사를 받게 하고, 그 대가로 르완다에 1억2천만파운드(약 1천906억원)를 지불하는 게 협약의 골자다.
르완다에서 받는 심사를 통과해 난민 지위를 얻으면 르완다에 약 5년간 머물며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다른 이민 절차를 밟거나 추방될 수 있다.
가족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남성은 경제적인 이유로 영국에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영국 정부는 이 같은 방식으로 해당 남성들을 르완다로 보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영불해협을 건너온 이주민들은 영국에서 6천400㎞ 이상 떨어진 르완다로 보낸다는 계획은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영국 정부는 국제 인권 단체의 비난에도 지난 6월 첫 번째 난민 이송 비행기를 띄우려 했으나 유럽인권재판소가 제동을 걸어 실패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이송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계획은 당사자에게 불가역적인 피해를 줄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프랑스 북부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으로 들어온 이주민은 4만3천명이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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