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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가슴 졸인 1년…위기감 안고 문 여는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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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가슴 졸인 1년…위기감 안고 문 여는 2023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2022년도 이제 2주가 채 남지 않았다.
연초부터 시작된 북한의 끊임 없는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1년 내내 고조됐던 이례적인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만큼 새해에는 긴장 완화의 희망찬 꿈이 도래하길 기대해 보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북한의 도발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1년 내내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한국과 일본을 위협했던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쏘아 올리며 궁극의 목표인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만도 최대 6천800억 원어치의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최근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지난 16일 밝히며 위협 수준을 또 한 단계 끌어올렸다.
액체연료보다 은밀성과 기동력 등에서 유리해 기습이 가능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을 개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던진 것이다. ICBM은 결국 미 본토 타격을 목표로 하기에 실전 배치 시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7차 핵실험도 언제라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연초부터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는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 나왔지만 북한은 이런저런 상황을 저울질하며 아직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겉으론 '무덤덤'하다. ICBM 발사 등 중대 도발로 간주될 경우 한국, 일본과 한반도 해역에 항공모함을 진입시키고 최신 전투기 편대를 출동키는 등 대북 압박에 나섰지만, 상황을 반전시켰다는 징후는 그다지 안 보였다.


특히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보인 미국의 반응은 사실상 1년 내내 같았다.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유엔 제재 결의안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이 하루속히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레퍼토리가 그것이다.
북한의 도발을 잠재울 실질적인 수단이 현재로선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북한이 추가 도발하도록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혹자는 무관심 전략이라고도 하지만, 이는 결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전략적 인내'와 같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물론 미국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대화하자고 얘기했는데, 북한의 관심 사항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했는데도 북한이 거부하고 있어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할 수도 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 직후 내놓은 새 대북 전략의 핵심은 '외교의 길'이기에 이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일 것이다.
북한의 도발 이유는 선(先) 제재 완화 등 '당근'을 내놓으라는 것인데, 미국의 대응을 보면 그런 당근은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1년이었던 셈이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 강도에 따라 제재를 늘리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등 정비례적 대응을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대북 강경 입장을 지닌 정권이 들어섰고, 바이든 정부의 동맹 중시 입장에 따라 미국이 앞으로도 북한을 대화로 유인하고자 당근을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도 일면 차분해 보이는 반응만을 보이는 것은 북한의 위협이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판단일 수도 있다. 여기엔 호들갑을 떨면 북한에 말려들 수 있다는 판단도 없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제풀에 지쳐 마지못해 대화에 나서는 상황도 미국의 수많은 시나리오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여기서 올해 풀지 못한 마지막 문제가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북한은 타이밍을 엿보겠지만 당장 김정은의 생일(1월 8일)과 인민군 창건 75주년(2월 8일)을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미는 이 경우 '역대급' 대응에 나설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터다. 한반도 지역에서 한미 또는 한미일간 대규모 군사훈련과 더불어 유엔을 통한 추가 제재, 한미일의 독자적 제재가 예상된다. 이른바 '고립전략' 강화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시행했거나 추진했던 사안으로, 지금껏 대응에도 꿈쩍 않던 북한에 먹힐지는 별개의 문제다.
규모나 강도 또는 레토릭(수사)이 달라질 수 있지만, 북한을 응징하거나 멈추게 할 즉각적 효과를 내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지적 역시 없지 않다.
여기에 미국은 러시아에 올인하고 대(對)중국 전선 강화에 온 외교력을 쏟아붓고 있다. 최우선 과제에서 제쳐둔 북한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는 말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바이든 정부의 목표는 적어도 현재로선 현상 유지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돌아보면 미국의 제재 완화를 꾀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던 북한, 군사훈련과 국제사회 제재로 경고하며 대화 촉구로 대응한 미국이었지만 새해를 앞둔 지금 북미 관계는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북한엔 기록적인 수의 도발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한 발짝 더 진전시켰던 시간이었을 수 있다.
2023년 새해, 북한이 제풀에 지쳐 숨죽이고 있을지, 아니면 고강도 도발로 악순환을 반복할지, 또 미국의 대북전략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지 착잡함이 가시지 않는 연말이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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