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유로 추모집회 3년간 불허…"당국에 대한 이례적 질책"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30년간 이어졌던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집회가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3년간 금지된 가운데 경찰이 작년 추모 집회를 불허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홍콩 고등법원은 이날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의 초우항텅(37) 부주석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초우항텅은 지난해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 시위 기념일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찰이 불허한 추모 집회에 사람들의 참석을 독려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1월 징역 15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날 고등법원은 경찰이 해당 집회를 불허한 것은 '대중이 집회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법규를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경찰의 집회 금지 결정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지련회가 경찰의 어떠한 지침에도 따르겠다며 집회 허가를 신청했지만, 경찰은 참석자 규모나 코로나19 QR 코드 스캔, 마스크 착용, 취식 금지 등 코로나19 전염을 통제할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판결이 내려지자 초우항텅은 깜짝 놀라며 기뻐했고 방청객들도 크게 환호했다.
다만 그는 항소심에서 승리했음에도 다른 두 건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계속 수감돼야 한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30년간 매년 6월 4일 저녁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코로나19를 이유로 2020년 처음으로 해당 집회를 불허한 데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집회를 금지했다.
2020년에는 당국의 불허에도 5천여 명이 빅토리아 파크에 모여 촛불을 들었고, 지난해에는 당국이 빅토리아 파크를 봉쇄해버리자 시민들이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촛불을 들었다.
지련회는 당국이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압박하자 지난해 9월 해산했다. 초우항텅을 비롯한 지련회 간부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홍콩 법원은 앞서 민주화 활동가 조슈아 웡과 지미 라이 등에 대해서도 2020년 당국이 금지한 톈안먼 추모 집회를 조직하고 다른 이들의 참가를 독려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다.
중국에서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관한 언급이 금기지만, 홍콩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따라 30여 년간 톈안먼 추모 행사를 이어왔다.
그러다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상황이 급변했고, 지난 연말에는 '수치의 기둥'을 비롯해 홍콩 3개 대학에 수십 년간 전시돼 있던 톈안먼 추모 기념물들이 일제히 철거됐다.
AFP 통신은 "톈안먼 추모 행사가 사실상 전멸한 홍콩에서 이날 판결은 당국에 대한 이례적인 질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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