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태세 또 점검하는 벨라루스, 우크라전 참전?…"가능성 희박"
전문가 "현지 여론, 참전에 적대적…우크라 병력 분산하려는 듯"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러시아의 우방 벨라루스가 불시에 군 전투태세 점검을 시작했지만, 전문가들은 벨라루스가 가까운 미래에 우크라이나전에 가세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13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가안전보장회의 주도로 전투 준비태세 점검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벨라루스가 전투에서 고전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직접 참전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각에 선을 긋고 있다.
특히 벨라루스 국내 여론이 참전에 극히 적대적인 만큼 벨라루스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NY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전투태세 점검 명령을 내린 것은 우크라이나가 다른 전선의 병력을 벨라루스 쪽으로 돌리도록 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서 러시아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의 군사 분야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이번 주 펴낸 보고서에서 벨라루스가 "가까운 미래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예상했다.
ISW는 우크라이나 병력을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에 묶어놓기 위한 목적에서 벨라루스가 전쟁에 직접 참전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이 러시아의 의도라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런 러시아 측의 노력을 지원사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 국경 지대에서 방어 강화에 나섰다.
안드리 뎀첸코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대변인은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북부에서의 잠재적인 위협에 대비해 벨라루스 국경을 따라 방어를 강화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전면전에 합세시키기 위해 어떻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지를 또렷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또한 몇 주 전부터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북서부 볼린 주의 접경지대에 장벽과 참호를 구축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다만, 이 작업은 군사적인 목적이라기보다는 국경을 넘는 이주민들을 저지하기 위한 성격에 더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러시아의 동맹국으로 러시아에 경제, 에너지, 안보 등을 의존하고 있는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면서 러시아와 함께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됐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벨라루스를 통해 수도 키이우로 진격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밀리고 있는 러시아는 그동안 벨라루스에 대해 참전을 포함한 더욱 적극적인 전쟁 지원을 끈질기게 요청해 왔으나 벨라루스는 서방의 제재 등을 우려해 그동안은 이런 요구를 애써 외면해왔다.
벨라루스는 지난 10월에도 군 전투태세 점검을 시행한 바 있다.
이번 군 전투태세 점검에서는 벨라루스 병력의 특정 지역 배치, 장비 시험, 공병 부대의 작전 시설 설치, 리투아니아를 거쳐 발트해로 흐르는 네만강과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 드니프로 강과 합류하는 베레지나 강에 부교를 설치하는 훈련 등이 진행된다고 벨라루스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그러나 약 1천100㎞의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 인근에서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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