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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 초월한 한판…프랑스·모로코 '역사 대충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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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 초월한 한판…프랑스·모로코 '역사 대충돌' 예고
식민 지배국 vs 피지배국…모로코 옛상처 덧날라 일부 우려
경기장 밖 충돌 가능성…경기결과 따른 정치적 파장에도 촉각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15일(현지시간)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 '아틀라스 사자들'(Atlas Lions. 모로코)과 '파란 전사들'(Les Bleus. 프랑스) 경기는 축구 그 이상이며 식민 지배국과 피지배국 간 수십 년 역사의 충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프랑스와 모로코에서 준결승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 경기로 식민 지배의 상처가 되살아나고 긴밀하게 엮인 양국 국민 사이에 정체성 논란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프랑스와 모로코는 식민 지배국과 피지배국이라는 역사에도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전쟁을 통해 프랑스의 억압적 지배에서 벗어난 알제리 국민이 뿌리 깊은 증오심을 가진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프랑스는 모로코를 1912~1956년 식민지로 지배했지만 모로코는 협상을 통해 독립했고 이후 많은 모로코인이 프랑스로 이주하며 양국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특별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2015년 프랑스 의회 자료에 따르면 1960~1970년대 모로코 노동자들이 프랑스로 대거 이주하면서 현재 150만 명에 달하는 이주민 사회를 이루고 있고 절반은 이중 국적자다. 모로코 대표팀 감독과 선수 2명도 양국 이중국적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이중 국적자들이 양국 모두에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경기가 양국 간 형제애를 더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기가 식민지배의 상처를 되살려 프랑스 정부와 북아프리카 이민자 간의 관계를 더 냉각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프랑스 우파가 오랫동안 이슬람 이민자들이 프랑스인의 삶을 위협한다고 공포를 조장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점을 고려할 때 이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정치적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 역사학자인 이반 가스토 니스대 교수는 "수십 년의 역사가 90분짜리 경기와 충돌할 것"이라며 "아찔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경기는 식민지배 역사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모로코가 승리하면 프랑스는 모로코를 침공한 유럽 강대국 가운데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이어 3번째로 모로코에 패하는 나라가 된다.
프랑스계 모코로인 아나스 다이프(27)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랍 세계는 모로코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여긴다며 "그것은 상징적으로 식민 세력의 억압을 받은 나라와 국민의 위신을 회복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경기장 안보다는 경기장 밖이다.
프랑스에서 이민자와 국민 정체성은 항상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였고 우파들이 이미 모로코 응원은 프랑스에 대한 불충이라며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27) 대표는 지난 12일 이민자 2세들이 "식민지 역사와 관련된 복수의 감정을 끊임없이 표출하며 외국 국민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또 지난달 27일 모로코가 벨기에를 꺾은 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승리를 자축하던 모로코 축구 팬들이 최루탄을 쏘는 경찰과 충돌한 것도 긴장감을 높인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경기 당일 전국에 1만 명, 그 절반을 파리 지역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이날 카타르 기자회견에서 경기를 둘러싼 상징성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역사를 알고 있고 열정도 있지만 스포츠맨으로서 제 길을 가고 싶다"며 경기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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