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대 6곳서 처우 불만 시위…"백지시위에 정치적 각성"
대만매체 "소셜미디어에 시위 영상 퍼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각지에서 '제로 코로나'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가 일어난 지 2주 만에 중국 의과대 6곳에서 임금과 처우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저녁 중국 장시성·쓰촨성·윈난성·장쑤성·푸젠성 등 5개 성의 6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중앙통신사는 "소셜미디어에 널리 퍼진 영상들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의대생으로 대학 부속 병원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처우에 항의했다"며 "'백지 시위'가 정치적 각성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난창대 장시의과대 학생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했다. 이들은 인턴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데 월급은 1천 위안(약 18만원)에 불과한 것에 불만을 품고 시위에 나섰다. 학교 측은 교문을 걸어 잠갔고 경찰차가 현장에 출동했다.
쑤저우 의과대 학생들은 부설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라고 요구하면서 N95 마스크조차 지급하지 않아 일부 학생들이 감염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염된 학생들이 격리되자 병원 측이 해당 학생들이 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월급을 삭감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과 협상에 나선 학교 보안 요원들조차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에게는 일반 마스크를 지급해 추운 밤 항의 시위에 나서야 했다고 밝혔다.
쿤밍의대 학생들은 병원이 휴가도, 월급도, 마스크도 주지 않은 채 힘든 일을 하라고 요구해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들로 보이는 N95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학생들을 끌고 갔고, 곤봉을 든 사복 경찰들이 학교 주변에 배치됐다.
푸저우대에서는 학교 측이 12일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다며 학생들에게 귀향하라고 통보했다가 불과 7분 만에 이를 뒤집은 것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이 한밤중에 운동장으로 몰려나왔다.
난징의대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시위가 벌어지자 학교 측은 학생들의 귀향에 동의한다고 했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에 대해서는 교육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6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지기 전날인 11일에는 쓰촨성 의대생들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이중잣대 거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앞서 지난달 25∼27일 중국 곳곳에서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하얀 종이를 들고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화재로 10여 명이 사상한 사고가 해당 지역의 봉쇄 탓에 화재 진압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람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당시 시위에는 중국 전역 대학 50∼150곳의 학생들도 참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엄격한 통제 사회인 중국에서 집단 시위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중국 당국은 그 직후 시위 참가자들을 잡아들이고 추가 시위 발생을 막기 위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당국은 시위 열흘 만에 대대적인 방역 완화를 발표해 성난 민심의 '백지 시위'에 굴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