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페루 전 대통령 구금 연장…탄핵 반대 시위 격화할 듯(종합)
대법원, 카스티요측 석방요청 기각…검찰, 최장 3년 구금 가능
카스티요 기반인 농촌서 거센 저항…시위자 사망 이어지며 사회불안
중남미 좌파 정권은 '카스티요' 지지…신임 대통령 "대화로 풀겠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페루 대법원이 정치적 무능과 부패 혐의 등으로 탄핵당한 후 구금된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의 석방 요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신임 대통령 사임과 의회 해산 등을 요구하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전국적인 시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사르 산마르틴 카스트로 대법관은 13일(현지시간) '반란 및 음모 혐의에 대한 예비적 구금 결정을 기각해 달라'는 취지의 카스티요 전 대통령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카스트로 대법관은 탄핵 전 의회 해산을 발표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행위는 "단순한 연설이 아니라 페루 헌법의 근간을 흔들고 공권력 구성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구체적인 표현이었다"며, 예비적 구금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페루 일간지 안디나는 검찰이 최장 3년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교도소에 가둬둘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금주 중 추가 구금 기한을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서 "검찰의 부당하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붙들려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역할과 대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검찰 손을 들어줬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여전히 페루의 대통령이며 "대통령 지위를 찬탈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손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대통령 탄핵 이후 지속되는 카스티요 지지자 반발을 더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매체와 주요 외신도 격한 시위로 혼돈 상태에 빠진 페루 사회에서 갈등 봉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앙정부의 행정과 공공 서비스 실태를 감시하는 헌법 기관인 페루 옴부즈맨 사무소는 현재까지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 과정에서 최소 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10대 청소년도 포함돼 있다.
사망자는 모두 농촌 지역 시위 중에 발생했는데, 해당 지역은 정치 신인이자 농민 출신 교사였던 카스티요 전 대통령 지지 기반으로 꼽히는 곳으로 알려졌다.
공항, 언론사, 고속도로 등 사회 기반 시설이 마비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페루 대통령 탄핵 사태는 국제적인 이슈로도 비화할 조짐을 보인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페루 정국과 관련한 취재진 질의에 "페루 대통령은 페드로 카스티요"라고 못 박았다.
그는 "카스티요를 선출한 페루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며 "민주적으로 승리한 대통령을 제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중남미 좌파를 뜻하는 '핑크타이드' 정상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편에 서서 그를 옹호하고 있다. 페루 정치권에서 "지나친 내정 간섭"이라며 불쾌감을 표할 정도로 발언 수위도 세다.
그는 아예 현재 페루와의 외교 관계가 '일시 정지'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페루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적 해결책 모색을 기대했다.
앞서 전날 멕시코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 남미 좌파 정권들과 함께 카스티요 전 대통령에 대해 "인권협약에 반하는 반민주적 괴롭힘의 희생양"이라며, 페루 정부가 그에게 주어져야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 인정 여부'와 관련해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 외교 원칙상 외국 정부를 인정하고 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페루는 정치를 정상화하는 힘이 있는데, 그것은 (현재)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해, 페루 현 대통령과 의회를 성토하는 카스티요 지지자 시위에 힘을 실었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과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에 대해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각국 정상과 개인적으로 직접 소통하며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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