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중매체 사주 국가보안법 재판 9개월 연기
'외국인 변호사 변론' 관련 중국의 유권 해석 기다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폐간된 반중 일간지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75)의 국가보안법 재판이 외국인 변호사의 참여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9개월 연기됐다.
13일 홍콩 언론에 따르면 홍콩 고등법원은 이날 라이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을 내년 9월 25일부터 11월 21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재판은 애초 이달 1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홍콩 법무부가 국가보안법 사건에 외국인 변호사가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연기됐다.
앞서 고등법원은 지난 10월 라이가 해당 재판에서 영국 왕실 변호사 티모시 오웬을 변호인으로 선임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법무부는 국가보안법 사건에는 외국인 변호사가 참여할 수 없다며 고등법원에 이어 종심법원에도 금지를 요청했으나 두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이에 지난달 28일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과 중국 내정에 대한 외국의 간섭 사례가 많았다면서, 중국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외국인 변호사의 국가안보 관련 사건에 참여 문제에 대한 해석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검찰은 중국 당국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라이의 재판이 중단돼야 한다며 두 번째로 재판 연기를 신청해 이날 법원이 받아들였다.
그사이 오웬 변호사는 홍콩 당국이 비자 연장을 거부하면서 영국으로 돌아갔다고 라이 측은 밝혔다.
전인대 회의는 이달 말 열린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의 지난 9일 보도에 따르면 해당 회의 의제에는 홍콩 정부가 요청한 유권 해석 안건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전날 홍콩 유일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인 탐유충은 앞선 사례를 볼 때 새로운 안건은 전인대 회의 도중에만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인대가 리 장관의 요청을 어떻게 다룰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 정부가 직접 제정해 홍콩에서 시행한 법이다.
중국은 해당 법을 제정하면서 '중국 중앙정부가 특별한 경우에 사법권을 행사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규정이 담았다.
이에 중국에 '미운털'이 박힌 반중 인사나 민주화 운동가가 중국 본토로 끌려가 재판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실제로 친중 매체들은 해당 법이 제정되자 라이 등에 대해 본토에서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라이는 다른 빈과일보 간부들과 함께 외세와 결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불법 집회 참여 혐의 등으로 2020년 12월부터 수감된 상태이며 지난 10일에는 사기죄로 징역 5년 9개월이 추가됐다.
1995년 창간한 빈과일보는 당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 지난해 6월 자진 폐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라이에 사기죄로 징역형이 추가되자 11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 당국은 홍콩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성명을 통해 프라이스 대변인의 발언은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하며 사기죄는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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