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003240]이 오는 14일 이사회에서 흥국생명이 추진하는 4천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안다"며 "이사진에 공정한 결정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유상증자 참여 승인을 대비해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무효 확인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러스톤은 내용증명을 통해 이번 유상증자가 상법상 금지된 신용공여 행위라고 주장했다.
상법에선 상장사가 지분 10% 이상을 소유한 주요 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자금 지원 성격의 증권 매입을 금지하고 있다.
트러스톤은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의 최대 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의 특수관계인"이라며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상법이 금지한 신용공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유상증자에 찬성한 이사는 상법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태광산업 또한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등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상증자 참여가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트러스톤은 주장했다.
트러스톤은 "이번 유상증자의 거래조건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긴급한 자금조달이 필요한 흥국생명 내부 상황과 높은 시장금리를 고려할 때 신주 발행이 시장가격보다 상당히 낮은 금액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제3자의 인수 가능성은 작다"고 짚었다.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가 제3자 배정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외부의 제3자가 인수하지 않을 수준의 고가로 주식을 인수하면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트러스톤은 "생명보험업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태광산업 이사회가 이익 극대화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졸속으로 유상증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며 "흥국생명의 콜옵션 번복 사태 1개월 만에 유상증자 참여를 추진하는 것은 회사보다 이 전 회장의 이익을 우선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흥국생명은 이 전 회장이 지분 56.3%를 갖고 있고 나머지 지분도 이 전 회장 일가와 대한화섬[003830] 등 관계사가 모두 보유해 사실상 이 전 회장 일가의 개인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트러스톤은 또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이 지분 29.48%를 보유했고 일가와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합치면 54.53%에 달하고, 흥국생명 주식은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즉 이 전 회장이 흥국생명과 태광산업 대주주이고 두 기업은 지분 상 관계가 없다는 의미다.
앞서 일부 매체는 태광산업이 오는 13일 이사회를 열어 흥국생명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약 4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태광산업은 이날 이사회에서 증자 참여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는 보도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태광산업 지분 5.80%를 보유한 트러스톤은 지난 9일에도 입장문을 내고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에 반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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