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받는 기업, 이의제기·자료반환 요청 가능해진다
공정위, 법 집행시스템 개선방안 초안 발표
한기정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법 집행시스템 업그레이드"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는 기업이 공정위의 과도한 자료 수집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미 제출된 자료의 반환도 요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공정위는 12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법 집행시스템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개선 방안 초안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그동안 피조사 기업의 절차적 권리 보장이 미진하고 법 적용 기준이 불명확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며 사건 처리 기간이 너무 길다는 업계 등의 의견을 반영해 법 집행 개선 방안을 모색해왔다.
우선 조사 단계에서는 조사 공문에 법 위반 혐의, 조사 대상뿐 아니라 혐의와 관련한 거래 분야·유형, 중점적으로 조사하게 될 기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조사 기간을 연장할 때는 추가 기간과 사유를 명시한 공문을 추가로 교부하기로 했다.
피조사인이 공정위가 수집한 자료가 조사 공문에 기재된 조사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하면 공식적으로 이를 다툴 수 있도록 이의제기 절차도 신설한다.
또 피조사인에게 임의제출 자료에 대한 재검토 기간을 추가로 부여해 현장 조사 때 임의 제출한 자료를 반환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한다.
이 경우 민간 위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가칭 '제출자료 이의심사위원회'가 자료의 반환·폐기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피조사인이 사건 담당 조사관이 아닌 국·과장 관리자에게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대면 상황회의 절차를 도입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사건은 피조사인이 신청하면 2회 이상 심의를 개최하는 것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과징금을 부과하되 검찰에 고발하지 않는 사건은 미고발 사유를 의결서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건 처리 기간 단축을 위해서는 위원장·부위원장에 실시간 사건 현황판을 설치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장기화가 우려되는 대형사건이 있으면 전담팀을 운영할 방침이다. 장기·시효 임박 사건 현황은 매월 위원장·부위원장에게 보고한다.
공정위는 내부적인 업무 개선만으로는 처리 기간 단축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분쟁 성격이 강한 사안은 기업 준법 활동(CP) 지원, 분쟁조정·동의의결 활성화 등을 통해 법 집행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공정거래법상 CP 근거 규정 마련 및 인센티브 확대, 분쟁조정통합법 제정, 일부 조정위원의 상임위원화, 피해보상 합의 시 서면으로 동의의결 신속 처리, 과징금 감면 및 감경률 대폭 상향, 공정거래종합지원센터 설치 등을 추진한다.
법 집행 시스템 개선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사와 정책 부서를 구분하는 조직 개편도 병행 추진한다. 사건 담당자가 조사 기능에 전념하도록 하고 사건 처리 전 과정을 엄격하게 관리·감독한다는 취지다.
조사와 심판 기능 분리 운영을 강화해 심결의 독립성·공정성도 높인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위원회의 법 집행시스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는 법 집행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사 공문 구체화, 이의제기 절차 신설 등 피조사인의 절차적 권리 제고를 위해 제도를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장 조사 때 준법 경영 담당 부서에 대한 우선적인 조사는 자제해야 한다", "자기 사건 조회 서비스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피조사인의 절차적 권리 강화 방안이 사건 처리 신속화에 역행할 수 있다", "제재보다 연성 규범을 활용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공정위는 토론회에서 제기된 전문가의 의견을 검토·반영해 연내에 법 집행 시스템 개선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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