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안전운임제 원위치 안 돼…일몰 기한 넘길수도"(종합)
정부, 협의체 만들어 논의 방침…"화물연대만 이해당사자인 건 아냐"
국회에선 법사위 계류된 채 폐지냐, 일시 연장이냐 기로에
"중대재해법, '구치소 CEO' 따로 만든 기형 낳아"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현행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올해 말 일몰을 맞더라도 제대로 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했지만, 안전운임제를 뜯어고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원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물연대가 파업으로 국민에게 큰 고통을 끼치고 국가 경제에 손실을 미친 마당에,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원위치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중간 단계가 비대한 물류산업 구조를 고칠 방안, 합당한 운임 구조를 담아 안전운임제 개선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물류산업은 화주(화물의 주인)가 운송사에 물류를 맡기면 운송사가 화물차주에게 일감을 주는 구조다. 화주와 화물차주 사이 수많은 중간 참여자가 존재한다.
원 장관은 "1인 다수 지입 등 중간 단계에서 이익을 가져가는 부분과 거래 구조를 손보는 부분을 최소한 (개선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선복귀 후대화' 원칙에 따라 화물연대와 대화할 여건은 됐다면서도 "화물연대만 안전운임제 이해당사자인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화물차주뿐 아니라 화주, 운송사 등 이해관계자가 두루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안전운임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이번에는 밀고 당기는 대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물류산업 구조 개선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화물연대와 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물류산업의 여러 당사자와 논의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논의 기간에 대해선 "(안전운임제가 일몰되는) 연내에 끝내면 좋겠지만 연초까지 가더라도 제대로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은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시켰지만,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위에 계류된 채 폐지냐, 제도 개선을 전제로 한 일시 연장이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원 장관은 "일몰 연장안을 통과시킨 후 국회 논의가 동력을 상실하면 3년 뒤 똑같은 일(파업)이 벌어진다"며 "화물연대도 단순 연장안을 주장할 염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국회 내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협의체에서 개선안을 만들고, 이후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법이 정해지면 얼마든지 소급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운송개시명령을 거부한 화물차주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에게 협박·폭력을 행사한 화물차주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했다.
원 장관은 "복귀했더라도 형사처벌을 면책해주거나 처분을 취소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이어 "화물연대에 대한 기업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한데, 정부가 못 하게 하는 부분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어떤 공사 현장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국 몇백 군데에서 공사하는 법인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묻는다"며 "규모가 크면 클수록 걸릴 수밖에 없어 안전 부문 CEO(CSO·최고안전책임자)를 따로 세우는 등의 편법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치소 대비용 대표를 세우는 기형적 형태를 낳는 게 이 법의 취지는 아니다"라며 "정부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앞서서 말할 수는 없지만 사업장 단위, 공사 현장 단위로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중대재해법을 개선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와 동조파업에 나섰던 건설노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 장관은 "건설노조의 상당수 행태는 산업 현장에선 있을 수 없는 약탈적이고 폭력적 현상"이라며 "상납금, 월례비 등 건설노조가 부당한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고 채용을 강요하는 부분에 대해선 행정력과 공권력이 확실히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노조의 각종 불법 행위를 증언한 신고자에 대해선 증인 보호 수준의 신변보호 조치를 취하고, 신고자에게 위협을 가할 경우 고발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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