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대중적 고급세단' 명성 이어간다…디 올 뉴 그랜저
미래차 요소 입혀 확 바뀐 외관…과하지 않아 고급스러운 내부
양호한 승차감·안정적 주행성능에 연비도 무난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의 대표 세단 그랜저(Grandeur)는 단어 자체로는 '장엄함', '위엄'이라는 뜻이다. 1986년 첫 출시됐을 당시 최고급 세단 이미지를 강조하며 상당 기간 '사장님 차' 이미지를 이어갔으니 이름과 존재감이 따로 놀았던 차는 아니다.
지금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고가의 프리미엄 세단이 브랜드별로 숱하게 등장하는 터라 그랜저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는 않다. 그러나 고급 세단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대중성까지 더해진 결과 국내 시장에서 최근 5년간 승용차 연간 판매량 1위를 독점할 만큼 인기 차종으로 등극했다.
이런 남다른 이력 덕분에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등장한 7세대 그랜저는 출시 전부터 디자인 변화, 신기술 적용 등을 놓고 폭발적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마침내 공식 출시된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를 8일 미디어 시승행사가 열린 경기도 하남시에서 만났다.
7세대 그랜저를 놓고 갑론을박이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외관의 전면적인 변화다. 긴 수평형 LED 램프 아래 라디에이터 그릴이 2단으로 놓인 전면부가 흡사 현대차의 레저용 차량(RV) 스타리아를 납작하게 눌러놓은 것 같다고 해 '그타리아'(그랜저+스타리아)라는 별명도 붙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디자인인데, 실물을 본 입장에서는 최근 그랜저 모델들에서 발견되는 '대중적 고급감'에 미래차스러운 요소를 더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테리어는 과하지 않아 오히려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온갖 기능을 자랑하듯 대시보드에 버튼을 잔뜩 늘어놓지 않고 꼭 필요한 버튼만 남겼다. 공조기능을 비롯한 나머지는 인포테인먼트 화면 아래 설치된 디스플레이에 몰아넣어 대시보드가 깔끔한 느낌이다. 1세대를 본뜬 것으로 보이는 스티어링 휠도 요란하지 않고 차분하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 콘솔박스 등에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의 밝은 톤에 고급스러운 소재를 입혔다. 휠베이스(축간거리)가 2천895㎜로 동급 중 가장 긴 수준이어서 뒷좌석 공간도 넉넉하다. 키 179㎝인 기자가 다리를 쭉 뻗고 앉아도 불편함이 없는 수준이다.
시동을 걸고 의정부에 있는 한 카페까지 약 50㎞를 주행하며 전반적인 성능을 살펴봤다.
대부분 구간을 에코 모드로 주행했지만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교통 상황에 따라 이따금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니 주변 차들을 금세 지나칠 만큼 양호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꽤 높은 속도로 곡선구간을 지나도 차가 땅에 달라붙는다는 느낌과 함께 안정적 코너링이 가능했다.
주행 중 발생하는 풍절음과 노면음도 적절한 수준에서 차단됐고,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구간을 지날 때도 서스펜션이 충분한 기능을 발휘해 고급 세단다운 승차감을 제공했다.
운전석 전면 유리에 투영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에는 현재 속도, 다음 진출 지점과 거리, 진출 차선, 제한속도 경고 등 적당한 수준의 정보가 표시돼 내비게이션의 보완재로 손색이 없었다.
차선 변경 전 좌우 방향지시등을 켜면 해당 방향의 측후방 영상이 계기판 클러스터에 표시돼 다른 차가 가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난폭하게 운전하는 차량이 앞쪽에 있으면 경고 메시지가 뜨고, 전방 상황에 따라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이 미리 적절히 기어를 저단으로 변속해 속도를 낮춰 추돌사고 위험을 줄인다. 그래도 다른 차와 가까이 붙어 위험한 상황이 되면 스티어링 휠이 마구 진동하면서 '난리'를 친다.
별생각 없이 평소 습관처럼 라디오를 켜고 음악을 듣다가 풍부한 음향과 묵직한 저음에 놀라기도 했다. 7세대 그랜저에는 14개의 스피커와 함께 보스(BOSE)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 계기판을 보니 L(리터)당 12.2㎞의 연비가 표시됐다. 이동 구간에 고속도로가 포함됐고, 에코 모드를 주로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준대형 세단치고는 양호한 수준이다. 함께 출시된 하이브리드 모델의 복합 연비는 18.0㎞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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