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지위 박탈' 덴마크 왕자 가족, 미국으로 이주 계획
마르그레테 2세 여왕 차남, 네 자녀 왕실 지위 잃자 '격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덴마크의 요아킴 왕자(53)가 네 자녀의 왕실 지위 박탈 결정에 불만을 품고 내년 식솔을 이끌고 미국으로 이주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덴마크 일간 B.T.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2세(82) 덴마크 여왕의 차남으로 덴마크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요아킴 왕자는 내년 하반기에 가족과 함께 미국 워싱턴DC로 거주지를 옮길 예정이다. 그는 2020년부터 프랑스 파리의 덴마크 대사관에서 국방무관으로 재직 중이다.
앞서 지난 9월 마르그레테 2세는 왕족의 규모를 줄이는 유럽 왕실의 추세에 따라 니콜라이(23), 펠릭스(20), 헨리크(13), 아테나(10) 등 요아킴 왕자의 네 자녀로부터 왕실 일원으로서의 지위를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는 스웨덴과 벨기에가 왕실 규모 간소화를 이미 단행했고, 지난 9월 찰스 3세가 즉위한 영국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따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요아킴 왕자가 두 번의 결혼으로 얻은 이들 3남 1녀는 내년 1월 1일부터 왕자와 공주의 지위가 소멸되는 대신 백작 등의 칭호로 불리게 된다.
요아킴 왕자는 여왕의 방침이 공표되기 고작 닷새 전에야 이런 사실을 통보받았다면서 공개적으로 분노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현지 언론에 "우리 모두가 매우 큰 슬픔을 느낀다. 당신의 자녀가 상처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요아킴 왕자의 첫 번째 아내인 알렉산드라(58)와 두 번째 아내인 마리(47) 왕자비 역시 여왕의 결정에 일제히 반발했다.
니콜라이와 펠릭스 왕자의 친모인 알렉산드라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그 같은 결정에 자신이 낳은 두 아들이 거부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마리 왕자비는 아테나 공주가 학교에서 이 일로 놀림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덴마크 왕실은 이들의 당혹감을 이해한다면서도 왕실이 미래에도 존속할 수 있도록 하려는 여왕의 소망이 존중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요아킴 왕자에게는 자녀들의 왕실 지위 박탈 결정을 5월에 이미 알려줬다고 반박했다.
마르그레테 2세는 이와 관련해 "내 자녀들과 며느리, 손자들이 나의 큰 기쁨이자 자랑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가족이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가 평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마르그레테 2세의 큰아들인 프레데릭 왕세자(54)의 자녀 4명은 왕실 지위를 유지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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