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일부터 화물차주 제재 착수…압박 수위 높인다(종합2보)
시멘트 화물기사 178명에 업무개시명령서 송달 완료
시멘트·항만 물동량 회복세…정부 "파업 동력 약해져"
대화 없는 노·정…안전운임제 논의 '실종'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5일부터 업무개시명령서를 받고 복귀하지 않는 시멘트 화물차 기사에 대한 제재에 착수한다.
1차 불응 때는 30일 이하 운행정치 처분, 2차 불응 때는 화물운송자격이 취소된다.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것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와의 추가 면담 계획은 없다"고 밝혀 업무 복귀부터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9일째를 맞았지만, 노·정간 대화는 멈춰섰고 안전운임제 논의는 사실상 '실종'된 상황이다.
◇ 미복귀 확인되면 '30일 영업정지' 행정처벌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운송거부자를 특정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 나선 정부 합동조사팀은 시멘트 운송사 201개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777명의 화물차주 명단을 확보해 운송사에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했다. 주소가 확보된 425명에게는 우편으로 명령서를 송달했다.
명령서를 회피하지 않고 송달받아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이 발생한 화물차주는 178명이다.
국토부는 오는 5일부터 화물차주들이 운송을 재개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2차 현장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화물차주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되면 지자체에 통보해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을 할 수 있다.
형사 처벌을 위한 고발 조치도 할 계획이다.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시멘트 운송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날 시멘트 운송량은 11만7천t으로, 평년(18만8천t) 대비 62% 수준을 기록했다. 업무개시명령 전날인 28일 2만2천t의 532% 수준이다.
국토부는 부산, 단양, 영암 등 시멘트 공장 인근에서 불법주차하고 있는 차량을 이날까지 누적 62대 적발해 집단운송거부 조사개시통지서를 부착했다.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과 함께 시멘트 수송용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차량 등을 긴급 수송용 차량으로 지정해 시멘트 최대 적재중량을 26t에서 30t으로 상향했다. 이날에만 과적차량 임시 통행 허가를 145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정부 "파업 동력 약해져"…화물연대 "노노갈등 부추기지 말라"
정부는 항만 컨테이너, 시멘트 등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피해가 컸던 분야를 중심으로 물동량이 업무개시명령 이후 대폭 개선됐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본부는 여전히 강경하지만, 일선 노동자나 비조합원들 사이에선 복귀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철도노조가 잇따라 노사 협상을 타결하면서 화물연대의 파업 대오에 균열이 생겼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날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의 69% 수준으로 올라왔다.
회복 정도가 전날 57% 수준에서 더 높아졌다.
컨테이너 반출입량 규모가 가장 큰 부산항은 거의 정상화됐다. 27일 평시의 18%까지 떨어졌으나 이날 84%로 상승했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반출입량 회복 추세를 보면 조합원들도 다수 업무에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광양항은 총파업 이후 반출입량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반출입량이 1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그쳤다. 항만 중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꼽힌다.
국토부는 광양항을 오가는 화물차 기사들의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파업 동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노-노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화물연대 조합원 6천200명은 17개 지역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정부가 추산한 집회 참여자가 계속해서 6천∼7천명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화물연대의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은 오는 3일 서울 국회 앞과 부산 부산신항에서 투쟁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전국 노동자대회를 연다.
◇ 파업 9일째인데…안전운임제 논의 사실상 '실종'
시멘트·컨테이너 물동량은 회복되고 있지만 정유 분야는 피해가 커지고 있다.
탱크로리가 멈춰 재고 부족을 겪는 주유소는 전날까지 수도권에 집중됐으나 충청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까지 서울·경기·인천 32곳, 비수도권 20곳 등 주유소 52곳에서 휘발유나 경유가 동났다고 밝혔다.
정유의 경우 저장 시설이 부족한 수도권과 시설이 소규모인 곳부터 타격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업종보다 화물연대 조합원 비중이 높은 것도 피해가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철강업계의 출하 차질 규모는 전날까지 1조1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 대 강' 대치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 회의에서 "불법과 범죄를 기반으로 한 쟁의 행위에는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주말에도 필요시 '대통령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정부는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수상 실장은 "화물연대가 '협상이다, 면담이다' 하는 것을 조합원들을 (운송거부) 현장에 붙잡아두는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며 "빨리 복귀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대화가 멈춰선 가운데 국회의 안전운임제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단독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법안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민주노총의 하청업체로 전락했다"며 일방적 소위 개최에 반발해 불참하면서 국회 첫 논의 테이블은 파행을 빚었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