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국과 정상회담 절대 안피해"…대화 가능성 재차 피력
외교장관 기자회견…"우크라 상황 무시한 채 핵 논의 불가능"
"교황의 체첸 비난은 비기독교적 발언…EU 특별법원 추진은 정당성 없어"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가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불발된 미-러 정상회담의 향후 개최 가능성에 대해 재차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유럽 안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푸틴 대통령과 내가 여러차례 말했듯 러시아는 절대로 대화를 피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 또는 내각 관료로부터 제안이 온다면 대화를 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푸틴 대통령이 국내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으면서 만남이 불발된 적이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0월에도 미국의 제안이 있다면 양국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대화 여부에 대해선 "오래전 블링컨 장관이 딱 한 번 전화를 걸어왔으나 그는 오로지 러시아 감옥에 있는 미국인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양국 정보기관 간 채널을 통해 다뤄진다고 설명하고, "여전히 가동 중인 이 채널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가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이행을 위한 양자협의위원회(BCC)를 개최 하루 전 돌연 연기한 것과 관련해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무시한 채 전략적 안정을 논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보유국 간 어떤 전쟁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이 러시아를 파괴하려 들면서 핵 문제를 논의하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방에서 추진하는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에 대해선 "상한선이 어떻게 정해지든 관심이 없다"며 상한제 도입 국가에 대한 석유 공급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체첸과 부랴트인 등 러시아 소수민족이 우크라이나에서 잔혹한 행위를 일삼았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는 "교황이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며 "두 러시아 민족을 잔학행위 가능성이 있는 집단으로 지목한 것은 완전히 비기독교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범죄를 다루기 위한 특별법원을 설치하겠다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전날 제안에 정당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런 시도는 아무 정당성이 없다"며 "우리는 그런 시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비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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