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5년 만의 中최고지도자 사망…통제 강화 속 추모 물결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조기 게양…경찰이 시민보다 많아
인터넷·SNS서 고인 추모…"존경보다 현 체제 불만 표시" 의견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장쩌민 전 중국 국가 주석의 사망 소식에 중국 전역에서 고인을 향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 사망 소식은 1997년 2월 19일 덩샤오핑 이후 처음이다.
당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위원장으로 전·현직 고위 간부 689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장례 절차에 착수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중국은 오는 5일 고인의 시신을 화장한 뒤 6일 국장(國葬) 격인 '추도대회'를 엄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일 신문 1면과 2면 전체에 장 전 주석 부고 소식과 장례위원회 명단을 소개했다. 시 주석이 전날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 주석을 만난 소식은 이례적으로 3면으로 밀렸다.
중국 정치의 상징인 톈안먼 광장에는 오성홍기가 조기로 게양됐다. 중국 국기법에 따르면 조기 게양은 최고 지도자의 사망이나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온 국민이 애도를 표하는 방식이다.
별세한 중국의 전직 지도자를 애도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조기가 게양된 것은 리펑 전 총리(2019년) 장례식 이후 처음이다.
이날 오전 톈안먼 광장을 둘러보기 위해 지하철 1호선 톈안먼동역에 내리자 경찰이 다가와 신분증을 요구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톈안먼 광장에 간다고 답하자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예약한 사람만 광장에 들어갈 수 있다며 돌아가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톈안먼 광장을 지나가는 방식으로 일대를 둘러봤다.
창밖으로 본 톈안먼 광장은 영하의 추운 날씨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 탓인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도로 양옆으로는 순찰차가 여러 대 주차해 있었고, 20∼30m마다 제복을 입은 경찰이 배치돼 주변을 경계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검은색 롱패딩 차림의 사복 경찰이 끊임없이 광장 주변을 순찰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오전 광장에는 일반인보다 경찰이 훨씬 많았다.
일반 시민을 위한 추모 공간이 없는 탓에 장 전 주석에 대한 중국인들의 추모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서는 '장쩌민 동지 상하이서 서거 향년 96세'와 '전당, 전군, 전국 각 민족에게 글'이라는 해시태그가 각각 5억8천만 회와 4억1천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30대 직장인 천모씨는 "장 전 주석은 친서민적이고 개방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고, 지금도 인터넷에는 그가 영어로 연설하는 영상이 있다"며 "개혁·개방 시기 그의 노력은 중국과 세계와 큰 흔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50대 궈모씨도 "그는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정책을 충실히 이행한 사람"이라며 "비록 혁신적이지는 않았지만 충실한 개혁 개방 정책으로 중국을 발전시켰다"고 회고했다.
반면 10∼20대 젊은이들은 장 전 주석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서도 그의 죽음을 현 체제와 비교하기도 했다.
대학생 진모씨는 "중국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중국 경제를 이끈 분 정도로만 알 뿐 자세히는 모른다"고 말했고, 20대 직장인 왕모씨는 "지금 추모 분위기는 장 전 주석을 존경하는 마음보다는 현재 체제에 대한 불만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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