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카자흐 등과 연맹 결성해 '가스 수출 돌파구' 모색
전문가 "파이프라인으로 인도, 파키스탄 등에 수출 가능"
카자흐, 러 제안에 신중…에너지 공급 의존 등 문제 우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로 유럽으로의 가스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과의 '3자 가스연맹' 결성을 추진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 전문가들은 가스연맹 결성으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만들면 이를 통해 자국산 가스를 인도와 파키스탄에 수출하고, 중국으로의 가스 공급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1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국내외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의 알렉세이 그리바흐는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 거부를 선언한 상황에서 3자 가스연맹 결성은 러시아산 가스를 새로운 유망한 시장에 제공하는 것과 관련 있다"며 "이 계획은 지역 내 기존 기반시설을 활용하는 것과 새로운 시설을 짓는 모든 방안을 포함하며 목표로 하는 주요 시장은 중국과 파키스탄, 인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금융 그룹 BCS의 수석 분석가 로널드 스미스도 이와 유사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3자 가스연맹 결성계획은)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까지 남쪽으로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새 파이프라인을 통해 인도에 보내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통해 인도 등에 수출될 러시아산 가스 규모에 대한 논의는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러시아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파키스탄과 인도에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을 계획에 참여시키고, 인접국인 아프가니스탄의 안보 문제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러시아와 함께 가스연맹 결성에 나서야 하는 이유로 자체 가스 생산량 감소 문제를 꼽았다.
러시아 에너지 개발센터장 키릴 멜니코프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스 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자체 생산량은 줄고 있다. 또 양국은 이미 중앙아시아-중국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에 가스를 수출하고 있다"며 "현재 이들은 증가하는 가스 소비와 자체 생산 능력, 수출 의무 사이에서 균형을 지속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까닭에 자국 시장에 기반해 가격이 책정되는 러시아산 가스를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은 가스 공급을 오랜 기간 러시아에 의지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며, 러시아의 이번 제안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또 서방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가스연맹을 결성하는 게 자칫 자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로만 바실렌코 카자흐스탄 외무차관은 "3자 가스연맹 결성은 현재까지는 아이디어에 불과하며 신중하게 연구돼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결정을 내리기 전에 많은 전문가의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주요 고객이던 유럽이 자국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자 아시아·태평양지역과 중동 등으로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돌리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모스크바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3개국이 참여하는 가스연맹 창설 방안을 논의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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