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물러나라!"…상하이·베이징·우한 등서 봉쇄 반대 시위(종합3보)
"우루무치 화재 참사에 수천명 거리로…베이징대 등 50개 대학서 시위"
검열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도 확산…란저우 시민들 PCR 검사소 부숴
(홍콩·베이징=연합뉴스) 윤고은 한종구 특파원 = 3년 가까이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에 중국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봉쇄에 따른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25∼27일 성난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엄격한 통제 사회 곳곳에서 인내심의 둑이 무너지는 가운데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라는 구호까지 등장했고, 경찰의 체포 작전에도 새로운 시위가 속속 이어졌다.
◇ 우루무치 화재 참사가 도화선…"봉쇄로 주민 제때 대피 못했다"
이번 동시다발 시위는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도화선이 됐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해당 아파트의 봉쇄를 위한 설치물들이 신속한 진화를 방해하면서 피해가 컸다는 주장이 퍼져나갔다.
특히 신장 지역 봉쇄 기간 일부 주택 현관문을 열지 못하도록 당국이 바깥에서 쇠사슬로 묶어놓았던 상황을 거론하며 우루무치에서도 그런 잔인한 일이 벌어지며 주민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화재 다음날인 25일에는 성난 우루무치 주민들이 현지 정부청사 앞에서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치고 추위 속에서 대규모 가두 행진을 하는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우루무치는 지난 8월부터 봉쇄 상태다.
한 위구르족 주민은 AP 통신에 "시위 영상 속 주민은 대부분 한족이었다"며 "한족들은 자신들이 봉쇄에 대해 항의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러나 우리 위구르족들이 그런 일을 하면 감옥에 가거나 강제수용소로 끌려갈 것이다. 그것이 두려워 위구르족은 분노에도 거리로 나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루무치 시 당국은 25일 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화재 지역이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이어서 당시 아파트는 봉쇄되지 않았고, 아파트 앞에 주차된 차량 탓에 소방차의 진입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에 성난 민심을 달래지는 못했다.
해당 화재 사고는 중국에서 호텔에 격리됐던 생후 4개월 된 암 투병 영아가 구급차의 이송 거부와 의료진의 늑장 대응으로 숨진 사실이 지난 17일 알려진 데 이어 발생했다.
◇ '경제 수도' 상하이 등지서 대규모 시위…"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27일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는 수백∼수천 명이 거리로 몰려 나와 우루무치 참사에 항의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는 신장 우루무치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위구르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이다.
로이터는 전날 밤 우루무치중루에서 시작된 항의 시위가 이날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SNS에 올라온 영상과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주민들은 "우루무치의 봉쇄를 해제하라, 신장의 봉쇄를 해제하라,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또 어느 순간 대규모 인원이 "중국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라는 구호도 외쳤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상하이에서 군중이 '인민에 봉사하라', '우리는 건강코드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고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AP는 SNS에 올라온 시위 관련 영상들은 즉시 삭제됐지만,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많은 주민이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 모여 희생자에 대해 헌화하고 '11월 24일 우루무치에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는 글과 함께 촛불을 켜 놓았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자오모 씨는 AP에 "친구 한 명은 경찰에 두들겨 맞았고 두 명은 최루탄을 마셨다. 경찰은 친구가 끌려가는 것을 막으려는 내 발을 짓밟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가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 "PCR(유전자증폭) 원하지 않는다. 자유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밝혔다.
AP는 "처음에는 평화적이었던 시위가 이날 오전 3시께 폭력적으로 변했고 수백명의 경찰이 시위대를 에워싸며 진압했다"며 경찰이 여러명을 연행했고 오전 5시께 시위대를 완전히 해산시켰다"고 전했다.
트위터에는 경찰이 차량 두 대 정도의 시민을 체포했다는 글이 시위 영상과 함께 올라왔다.
그러나 상하이에서는 이날 오후 또다시 시위가 벌어졌다. 수백 명이 검열에 대한 저항의 상징인 아무것도 안 적힌 백지와 흰 꽃을 들고 몇 시간 전 시위대가 해산한 지역 인근에서 침묵 시위를 펼쳤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전날 주민들이 방역 조치에 집단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 따르면 베이징 차오양구 일부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왜 단지 전체를 봉쇄하는 거냐"라거나 "봉쇄를 결정한 사람이 누구냐"고 따져 물었다.
주민들은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물러서지 않았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약 1시간 동안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집단행동을 벌였다.
결국 아파트 주민위원회는 단지 봉쇄를 취소했고, 주민들은 이러한 결정을 반기며 서로를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낸 뒤 스스로 해산했다.
중국에서 15년 이상 살았다는 한 교민은 "베이징 주민들이 방역 정책에 집단으로 항의를 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3년 가까이 참았던 주민들의 인내심이 폭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간쑤성 란저우에서도 전날 주민들이 코로나19 방역 스태프의 텐트를 뒤집고 PCR 검사소를 부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널리 퍼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위대는 확진자가 아무도 없는데도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우한, 청두, 난징, 광저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전날 밤 시위가 벌어진 현장을 담았다고 밝힌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특히 2020년초 코로나19가 처음 대규모로 확산한 우한에서도 27일 수백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 나와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중국 SNS에 확산했다.
CNN은 "25일 우루무치를 휩쓴 시위에 이어 다른 몇몇 도시에서도 봉쇄 지역 주민들이 장벽을 무너뜨리고 거리로 나섰다"고 전했다.
◇ 베이징대·칭화대 등서도 시위…누리꾼들도 '백지' 올리기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대와 칭화대에서도 우루무치 희생자 추모와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베이징대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곳이라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이고, 칭화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이다.
AP는 "SNS에 올라온 명단에 따르면 50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한 베이징대 학생은 CNN에 "오늘 자정께 베이징대에서 약 100명의 학생이 '봉쇄에 노(NO), 자유에 예스(YES)라고 말하라', '코로나 검사에 노, 음식에 예스라고 말하라'라는 구호가 붉은 페인트로 칠해진 벽 앞에 모였다"며 "내가 오전 1시께 현장에 갔더니 보안 요원들이 상의로 해당 시위 구호를 가려놓았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보안 요원들이 이후 해당 시위 구호를 검정 페인트로 덮어버렸다고 전했다.
AFP도 베이징대 학생을 인용해 "사람들이 자정께부터 모여들기 시작했다. 최소 100명, 혹은 200명이 현장에 있었다"고 전했다.
AFP는 이어 이날 칭화대에서 수백 명의 학생이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목격자와 소셜미디어 영상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칭화대 학생은 AFP에 "오전 11시30분 학생들이 구내식당 입구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며 "지금은 200명에서 300명 정도 있다. 우리는 국가(國歌)와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자유가 승리할 것', 'PCR(유전자증폭) 검사 그만, 우리는 음식을 원한다', '봉쇄는 그만,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연대의 뜻으로 백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일부는 우루무치중루의 거리 표지판 등 검열을 피하면서 시위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게시물들을 올렸다.
한 시위 참가자는 AP에 "모두가 중국인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용기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내 마음속에도 그런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시위 현장에 갔을 때 나는 모두가 매우 용감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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