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 장기화에 에너지 수출은 감소…신음하는 러시아 경제
동원령으로 경제인구 줄고 경제심리 악화…4분기 GDP 큰 폭 하락 전망
군 주문 이행 안하는 사업가 처벌법 제정하며 군 물자 염가 판매 압박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서방의 제재가 장기화하고 믿었던 에너지 수출마저 감소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는 지난 여름에만 해도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덕분에 안정화되는 것 같았지만 최근 경제 지표는 훨씬 나빠졌다.
러시아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원유와 천연가스를 제외한 산업의 세수가 전년 대비 20% 감소했으며, 러시아 국가통계청(로스스타트)은 지난 9월 소매 판매가 전년 대비 10% 줄었다고 밝혔다.
에너지 차관을 지낸 러시아 야당 정치인 블라디미르 밀로프는 "모든 객관적 지표는 경제활동이 매우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악순환이 가속하고 있으며 당장은 극복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3.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정부는 IMF 전망이 예상보다 나은 점을 선전하며 러시아 경제가 제재를 견딜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경제학자와 사업가들은 러시아 루블화의 실제 가치를 알 수 없고 전쟁으로 생산물자가 계속 파괴되는 상황에서 GDP만으로 러시아 경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런 GDP 수치마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GDP가 2개 분기 연속으로 줄어들면서(2분기 -4.1%, 3분기 -4.0%) 공식적인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는데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4분기 GDP가 7.1%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월에 발표한 부분 동원령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동원령으로 30만명 이상이 징집되고 최소 그 정도 규모의 남성 인구가 징집을 피해 해외로 도피하면서 경제활동 인구가 줄었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의 러시아 경제분석가 야니스 클루게는 "부분 동원령은 다수 러시아 기업이 전쟁의 현실을 인식하는 계기였다. 전쟁이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졌고 이제 경제심리는 지난여름보다 훨씬 악화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군 물자 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난달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 직할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경제학자들은 특별위원회 설치가 푸틴 대통령이 갈수록 커지는 제재의 영향을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라며 러시아 정부가 점점 더 경제를 완전 전시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정부는 군의 주문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가에 막대한 벌금과 징역형까지 부과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는 등 기업들이 군 물자를 염가에 공급하도록 압박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일부 사업가는 러시아 정부가 이미 오래전부터 군 물자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기업들에 염가 판매를 강요했다고 주장한다.
방산 분야의 한 러시아 사업가는 "전쟁이 시작하자마자 이런 조치가 필요해졌지만 대부분 기업은 침묵한다. 러시아 정부를 위해 물자나 무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공개하면 해외에서 (제재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의 근간인 에너지 수출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푸틴 대통령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지난 10월 가스 생산은 전년 대비 20% 줄었다.
다음 달 5일부터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주요 7개국(G7)을 중심으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면 러시아의 원유 판매 수입이 하루 1억2천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밀로프 전 차관은 전망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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