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경찰에 종신형…"고문에 증거도 조작"
법원 "용의자 주변에 고의적으로 마약류 놔둬"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에 투입된 경찰에 대해 법원이 불법을 자행한 혐의를 인정해 종신형을 선고했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도권에 위치한 칼로오칸시 법원은 최근 현직 경관인 제프레이 페레스에게 종신형 2회와 자격 박탈,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페레스는 지난 2017년 8월에 마약 범죄 단속 과정에서 2명의 용의자를 체포하면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마리화나와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 담긴 비닐봉지와 38구경 권총을 용의자 주변에 놔두는 등 증거를 조작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들 2명의 용의자는 당시 각각 14살, 19살이었는데 모두 체포 과정에서 숨졌다.
필리핀 경찰은 19세의 용의자는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나머지 한 명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재판장인 로드리고 파스쿠아는 결정문에서 "용의자가 범죄를 저지른 정황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두테르테 치하에서 자행된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페이스북에서 "하위직 경찰관뿐 아니라 이들이 고문과 살해를 자행하고 증거까지 조작하도록 독려한 윗선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필리핀 경찰은 이와 관련해 입장을 묻는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전국 단위의 마약 범죄 소탕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총격을 가하면서 총 6천 명이 넘는 용의자들이 숨졌다.
인권 단체들은 경찰이 마구잡이로 처형을 자행했다고 비난해온 반면 경찰은 무장한 용의자들을 상대로 무력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맞서왔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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