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도전 끝 총리 오른 안와르…말레이 안정·개혁 이룰까
동성애 혐의로 두차례 구속 등 시련 딛고 총리 등극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말레이시아 총선 후 닷새 만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신임 총리로 지명됨으로써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는 일단 피했다.
그러나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을 거쳐 총리의 꿈을 이룬 안와르 신임 총리 앞에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들이 쌓여 있다.
◇ '마하티르 후계자·동성애범'…험난한 정치 인생
안와르 신임 총리는 말레이시아 개혁 세력을 대표하는 야권 정치인이지만, 정치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약 60년간 말레이시아를 통치한 정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에서 시작했다.
무슬림 청년 지도자 출신인 그는 마하티르 모하맛이 총리로 있던 1982년 UMNO에 입당한 뒤 1991년 재무부 장관, 1993년 부총리로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마하티르의 오른팔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됐던 그는 아시아 금융위기 대책을 놓고 마하티르와 갈등을 빚은 뒤 사실상 숙청됐다.
안와르는 1998년 자신의 운전사와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동성애와 부패 혐의로 구속됐다가 2004년 동성애 혐의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당시 마하티르는 "동성애자를 내각에 받아들일 수 없으며 내 뒤를 이어 총리가 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와르와 인권단체들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데 대한 마하티르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야당 지도자로 변신한 안와르는 2008년 보좌관에게 동성애를 강요한 혐의로 다시 수감됐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최장 20년형이 선고될 수 있는 중죄다.
당시에도 안와르는 야권의 선전에 위협에 위기감을 느낀 여당이 또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안와르는 자신을 발탁했지만 동성애 의혹을 제기하며 퇴출시킨 마하티르 전 총리와 원수지간이 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 2018년 총선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린 나집 라작 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다 여권에서 축출된 마하티르가 합류한 야권 연합 희망연대(PH)가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마하티르는 PH 정권 출범 당시 1~2년간 총리를 맡은 뒤 안와르에게 총리직을 넘기겠다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내부 권력 다툼 끝에 마하티르가 사임하고 안와르도 총리직을 물려받지 못했다. 국왕은 무히딘 야신을 후임 총리로 임명했다. 무히딘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연합(PN)을 이끌고 73석을 얻어 안와르와 총리 자리를 다퉜다.
◇ 정치 안정·경제 회복 등 과제 산적
옥중에서 선거를 지휘한 2018년 총선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안와르가 강력한 총리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말레이계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BN과 PN이 연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와르가 집권하려면 압승을 거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 결과 PH가 제1당은 됐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안와르는 또다시 총리 자리와 인연을 맺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BN이 예상 밖으로 PN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PH를 선택하면서 극적으로 총리에 오르게 됐다.
갖은 고비를 넘기고 총리직을 맡은 안와르의 앞날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을 되찾으면서 개혁을 추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일단 정치적 불안정을 해소해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2018년 총선 이후 세 명의 총리가 임명되는 등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다. 진통 끝에 출범한 이번 정권의 지지 기반도 약하다.
경제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세계적인 물가 급등 현상 속에 말레이시아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치권에서 개혁과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인 PH와 BN이 통합정부를 구성하게 된 기형적인 상황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PH는 2018년 총선에서 BN 정권의 부패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정권 교체 이후 나집 전 총리가 구속되는 등 강도 높은 개혁이 시도됐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PH는 부패 척결 등을 내세웠으나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이 비난하던 '부패 세력'과 함께 정권을 꾸리게 됐다.
자신이 다수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무히딘 전 총리의 반발로 잡음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민족·종교적 갈등 요소도 존재한다. 말레이시아는 대다수인 말레이계 외에 중국계와 인도계가 존재하는 다민족·다종교 사회로, 1969년 말레이계와 중국계 간 갈등으로 유혈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PH가 종교·인종을 아우르는 통합을 추구한다면, BN은 말레이계와 이슬람을 우선시한다.
왕실은 이날 성명에서 "국가 발전과 경제 회복을 위해 정권의 안정이 절실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의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며 압둘라 국왕이 모든 의원의 단합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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