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개도국 지위인 중국, 기후변화 기금에 돈 낼까
WP "중, 기금 참여 회피 가능성 커…선진국 재분류도 난망"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온실가스 최대배출국이지만 여전히 개발도상국인 중국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합의된 '손실·피해' 기금 조성에 참여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기금에 대한 COP27 합의 내용이나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다른 개도국들의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은 '손실·피해' 기금 출연을 피해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COP27에서 유럽연합(EU)은 중국을 기금 출연국에 포함하고 수혜국에서 제외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거는 등 중국과 다른 개도국 분리를 시도했으나 취약국을 최우선 수혜국으로 하고 중국은 원하면 기금에 참여케 한다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기금 조성만 합의됐을 뿐 누가 돈을 내고 누가 받을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중국은 원치 않을 경우 기금 조성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위인 중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 논의에서 항상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중국이 수억 명이 빈곤층이던 1992년 개도국으로 분류된 뒤 평균적인 중국인이 34배나 더 부유해진 지금까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 숴 동아시아 그린피스 수석 정책고문은 "중국이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며 "따라서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책임 확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로 중국 정책입안자들은 중국을 선진국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특히 과거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미국의 의무를 강조한다.
류펑위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18세기 중반부터 1950년까지 배출된 온실가스 중 95%를 선진국이 배출했다"며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선진국들이 매년 1천억 달러를 지원해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전환과 기후재해 적응을 돕겠다고 한 2009년 약속을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국제기후변화 싱크탱크인 E3G의 비포드 창 수석 정책고문은 "중국은 기금 문제에서는 여전히 개도국 편에 서 있다"며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이 쉽게 그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기금 조성 참여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사무 특사는 이에 대한 질문에 "중국은 개도국과 취약국들의 '손실·피해' 보상 요구를 강력히 지지한다"면서도 중국 역시 개도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 전문가들은 기금 조성에 참여할 경우 유엔 내에서 중국의 책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중국이 기금 참여를 꺼리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헬싱키에 있는 에너지·청정공기 연구센터 라우리 밀리비르타 연구원은 "기금 참여는 선진국의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며 "그것은 중국 입장에서 항상 넘어선 안 될 선이었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그린피스의 리 선임 정책고문도 기후문제에서 중국에 대한 개도국의 지지가 강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국을 선진국으로 재분류하려면 200여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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