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베이비스텝엔 안도…부동산시장 반전은 어려워"
전문가들 "금리인상 기조 속엔 거래절벽·집값하락 당분간 지속"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높이는 베이비 스텝을 단행하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은 다소 다행이지만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과 집값 하락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인상했다.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기준금리는 작년 8월부터 인상되기 시작해 같은 해 11월, 올해 1·4·5·7·8·10월과 이날까지 약 1년 3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일곱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모두 2.75%포인트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기조가 예견된 상황에서 한은이 속도 조절에 나선 점은 다행이지만, 금융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금리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블랙홀'과 같다"며 "금리가 인상된 만큼 금융 이자 부담이 늘어 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베이비 스텝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요자 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은 더 높아지고 자금조달은 어려워졌다"며 "계절적으로도 겨울철 비수기에 접어들어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주택시장 거래 냉각과 심리 위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지나 숨 고르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금리 인상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함 랩장은 평가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팀장은 "기준금리 인상은 예상됐던 일이기 때문에 시장을 더 급격하게 위축하게 만드는 요인은 아닐 수 있다"며 "한은이 베이비 스텝을 밟으면서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가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생길 수는 있겠으나 이 때문에 거래가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 팀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도 예상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심리가 크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면서 "어떤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느냐가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집값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정도 가격이 조정돼야 거래가 다시 시작될 텐데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매수자들이 쉽게 거래에 나서기도 어려워 거래절벽도 이어지겠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이른바 '영끌족'의 부담이 가중되고 대출 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이 제한되는 가운데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가뜩이나 임계치에 도달한 대출수요자의 상환 여력이 금리 인상으로 한계를 맞이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대출규제를 완화해 대출 수요자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대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택 거래량은 연이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에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까지 등록된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55건으로 집계됐다. 이달 거래일과 계약 신고일이 남았지만, 11월 거래량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6월 1천71건을 기록하고 7월부터 644건으로 급감한 뒤 줄곧 세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 시장이 호황이던 2020년 6월에는 한 달에만 서울에서 1만5천623건의 아파트가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매수 심리도 28주째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9.2로 2012년 8월 첫 주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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