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키이우 세계유산 수도원 급습…'친러 간첩 성직자' 수색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우크라이나 보안 당국이 22일(현지시간) 1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수도 키이우의 동방정교회 수도원 유적을 불시 수색했다.
뉴욕타임스(NYT)·로이터 통신 등은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SBU)과 경찰이 이날 친러시아 성향 성직자의 반정부 행위 의혹 등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페체르스크 수도원을 급습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당시 예배가 진행중이었는데도 SBU와 경찰 수사관들이 수도원 곳곳을 샅샅이 뒤졌다고 전했다.
SBU는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하는 체제 전복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방첩 활동"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페체르스크 수도원은 1051년 지어졌다.
전쟁 전 러시아 정교회에 소속돼 있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를 전면 단절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아직 일부 성직자가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한 러시아 측 비밀공작을 지원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 기간에 러시아 요원으로 활동하던 우크라이나인 사제를 30명 이상 체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국은 또한 사람이 다수 모이는 곳에 대한 공격, 공작행위, 인질극 등의 위험이 증가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직 수색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NYT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작전을 통해 친러시아 성향을 드러낸 성직자는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수색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교회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정교회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국민이 평화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던 유일한 기관에 대한 협박 행위"로 규정했다.
로이터는 SBU와 경찰이 이날 페체르스크 수도원 외 우크라이나 서부에 위치한 다른 수도원 2곳과 모스크바 총대주교 관할 교구 본부도 수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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