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정부 2023년 예산안…에너지기업서 환수해 가계·기업 지원(종합)
정부 재정적자 GDP 대비 4.5%…"EU와 충돌 피해·친EU적 예산안"
멜로니 총리 "인기 연연치 않고 미래 위해 용기 있게 결정"
기본소득 정책인 시민 소득 폐지 수순…메시나대교 건설 재추진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의 새 정부가 에너지 위기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2023년 예산안 초안을 마련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21일 오후 11시 30분(현지시간) 350억 유로(약 48조6천836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초안을 의결했다.
내년 예산안은 이탈리아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의회는 올해 말까지 이를 승인해야 한다.
전체 예산의 60%에 해당하는 210억 유로 이상이 가계와 기업 지원 예산으로 책정되는 등 이번 예산안은 에너지 위기 극복에 방점이 찍혔다.
대책 중에는 전기요금 납부 지원,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휘청거리는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확대 등이 포함됐다.
내년도 정부 재정적자 규모 목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5%로 설정됐다.
마리오 드라기 전임 정부의 9월 목표치인 3.4%보다 1.1%포인트 상승했지만, 유럽연합(EU)이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EU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른바 '3% 규칙'(각국 재정적자를 GDP의 3% 이하로 유지)을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조르자 멜로니 신임 총리는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과감한 재정 지출과 대대적인 감세를 대부분 철회하며 EU와 충돌을 피했다.
멜로니 총리가 속한 우파 연합의 대표 공약이었던 자영업자 감세안도 대폭 후퇴했다.
멜로니 총리는 자영업자 최저세율 적용 대상을 기존의 연매출 6만5천 유로에서 10만 유로로 올리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상한선을 8만5천 유로로 조정했다.
범유럽권 뉴스매체인 유로뉴스는 "멜로니 총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친EU적인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멜로니 총리는 22일 로마의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용기 있고 (드라기 전임 정부의 기조를 잇는) 일관성 있는 예산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새 정부가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고유가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 에너지 기업에서 횡재세를 걷어 그 세원으로 가계와 기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 세율은 내년 7월까지 25%에서 35%로 인상된다.
멜로니 정부는 아울러 2019년 도입된 기본소득 정책인 시민 소득을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그 재원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시민 소득이 3년 만에 폐지될 운명에 처하자 이 정책을 주도한 오성운동(M5S)은 새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주세페 콘테 오성운동 대표는 "시민 소득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지자들과 거리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탈리아 정부는 시칠리아섬과 본토를 연결하는 메시나대교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메시나 해협을 관통해 시칠리아섬과 이탈리아반도를 잇는 메시나대교 건설은 우파 진영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오랜 논의 끝에 2009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나 곧이어 닥친 금융위기와 환경단체의 반대 등으로 이 계획은 2013년 백지화됐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12월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와 만나 메시나대교 건설에 대해 자금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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