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피격'에 안보리 격론…"러 책임" vs "우크라 확전 술책"
서방 "러 침공 탓 비극"…러 "서방 탓 군사작전 격화"
삿대질·비방전 되풀이…유엔 '외부에 재앙 번질라'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폴란드의 미사일 피격을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는 서방과 러시아가 책임 소재를 두고 비방전을 전개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러시아가 불필요하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다면, 최근 민간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하지 않았다면 그런 비극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질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직접 충돌을 유발하려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국경에 있는 폴란드 농촌 마을 프셰보두프에서는 민간인 2명이 미사일을 맞고 사망했다.
나토는 러시아 미사일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미사일 방어체계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폴란드에 잘못 떨어졌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의도적 공격이 아니라 나토 동맹국 폴란드를 보호하기 위한 집단방위는 자제하겠지만 오폭의 책임은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방어를 촉발한 러시아에 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러시아는 최근 동부 전선에서 고전하자 전선과 멀리 떨어진 북부, 서부 주요 도시의 전력망 등 민간 기간시설을 공격하는 식으로 전술을 바꿨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폴란드 오폭이 발생한 무렵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서 90발이 넘는 미사일이 기간시설을 향해 비처럼 쏟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고의적 전술이라며 "우크라이나를 군사력으로 장악하지 못하면 (전력공급을 끊어 추운 겨울에 고통받도록) 얼려서 굴복을 시키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시슈토프 스체르스키 주유엔 폴란드 대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이 없었다면 저 무고한 이들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 대사도 "이번 비극이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정당화할 수 없는 침공에서 기인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역의 민간인에 대한 비인간적 공격"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네벤쟈 러시아 대사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지역의 자치를 부정해 분쟁을 일으킨 우크라이나에 있다며 자신들의 '특별군사작전'(침공)은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서방이 개입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지 않았다면 군사행동은 없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이길 가능성에 대한 망상에 열을 올리지 말고 현실적인 조건으로 평화를 구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즈메리 디칼로 유엔 정무평화구축국 사무차장은 민간인, 민간 기간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러시아의 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디칼로 차장은 러시아의 전날 미사일 공습도 같은 성격이며 특히 올해 2월 24일 전쟁 발발 후 가장 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쟁이 종식 기미없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파국적 사태가 우크라이나 밖으로 번질 가능성이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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