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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죄' 수감 러 반체제인사 옥중편지 "침묵할 수 없었다"
4월 체포된 카라-무르자, BBC에 서한…개전초 "러 전쟁범죄" 발언
"서방, 러시아의 다른 미래 바라는 이들 고립시키지 말길" 호소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혐의로 옥살이 중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가 옥중편지를 통해 "침묵의 대가를 용납할 수 없다"는 심경을 밝혔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제5 구치소에 수감된 야권 인사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는 BBC에 보낸 서한에서 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공개 비난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에서 (정부에) 저항하는 활동을 하는 것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침묵은 일종의 공범이기 때문에, 나는 일련의 일들에 대해 침묵을 지킬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카라-무르자는 지난 4월 11일 경찰관에게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모스크바 자택에서 체포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혐의였지만, 이후 허위사실유포죄가 적용되더니 지난달에는 반역죄까지 추가됐다.
이전부터 반(反)푸틴 인사로 알려져 온 카라-무르자는 올해 2월 개전 이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잔학행위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이 있는 주택가와 병원, 학교를 폭격하는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해외 연설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들이 러시아에서 박해당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의 측근이었던 카라-무르자는 2015년 넴초프가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괴한들의 총을 맞아 살해된 직후 자신도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는가 하면, 2017년 2월에도 미확인 물질에 중독돼 혼수상태에 빠진 뒤 가까스로 건강을 회복했다.
러시아에서는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간주되는 외국 단체에 자문이나 지원을 할 경우 반역죄로 기소될 수 있다.

러시아에서는 원래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전쟁 이후 반정부 인사에 대한 탄압이 더욱 거세졌다고 BBC는 설명했다. 러시아 저명 비평가들은 대부분 당국에 의해 체포되거나 해외로 떠났다.
그러나 카라-무르자는 그럴수록 러시아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해외에서 살던 그는 결국 올해 초 아내와 자녀를 남겨둔 채 홀로 모스크바행을 택했다.
그는 서한에서 "내가 (러시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안전하게 지내면서 정치 활동을 계속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행동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귀국한 이유를 밝혔다.
카라-무르자의 변호인은 그가 최장 24년형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BBC에 전했다.
그는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오는 수많은 지지자를 비롯해 러시아에는 여전히 정부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카라-무르자는 서방을 향해 "러시아의 다른 미래를 바라는 사람들을 고립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dind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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