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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FTX 사태 막으려면 고객 예치금 별도 기관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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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FTX 사태 막으려면 고객 예치금 별도 기관 맡겨야"
"불공정거래 규제·이용자자산보호 조항 우선 입법 필요"
디지털자산 시장 관련 제4차 민·당·정 간담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민선희 기자 =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미국 FTX 거래소 파산과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고객 예치금 분리 제도를 정비하고 별도 예탁기관 보관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입법 지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공정거래 규제, 이용자자산 보호 등 다수의 디지털자산법안 중 공통되고 중요성이 높은 조항을 우선 입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주제로 연 제4차 민·당·정 간담회에서는 최근 FTX 사태 이후 제기된 가상자산 시장의 현안과 관련한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 "고객예치금·고유재산 구분 필요…공신력 있는 기관 맡겨야"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대표발의안 디지털자산법을 토대로 가상자산 거래소 이해 상충 방지 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의 매도 및 매수, 다른 가상자산과의 교환, 이전, 보관 및 관리, 행위의 중개·알선을 포괄적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마치 가상자산 거래소가 증권사와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은행 등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증권거래와 달리 다수 기관 참여를 통한 상호감시 기능이 없어 가상자산사업자와 고객의 이해 상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내부정보를 통한 거래, 자기자본 거래 문제도 존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변호사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용자로부터 투자를 위한 자금을 예치 받는데, 예치금의 입출금에 비해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가 빈번하므로 거래소가 시차를 이용해 고객자금을 유용할 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파산을 신청한 FTX 역시 고객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 사업자는 고객예치금과 고유재산(자기재산)을 구분해서 관리해야 하지만, 어떠한 기관에 어떠한 방식으로 구분해서 예치·신탁·관리해야 하는지 별도 규정은 없다.
정 변호사는 국민의힘이 발의한 제정안이 예치금을 공신력있는 기관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예치방식에 관한 사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객이 매입 또는 전송한 가상자산을 대신해서 보관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래소가 임의로 인출하거나 유용 후 허위 표시하는 경우, 가상자산 입출금을 임의로 중단·제한할 유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FTX의 경우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자 지난 9일 모든 가상자산 출금을 중단한 바 있다.
정 변호사는 따라서 별도의 예탁기관을 통한 고객 예치금 보관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예탁기관은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한정할 필요가 있지만 기술력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FTX, 시장붕괴 위험 현실화 사례…디지털자산 분리·보관 필요"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방향'을 주제로 전문가 발표에 나섰다.
그는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시장 법률안인 MiCA(Market in Crypto Assets), 미국의 '책임 있는 금융혁신법안'(Lummis-Gillibrand 법안) 등 해외 주요국이 디지털자산시장 기본법 제정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위믹스의 투자유의 종목 지정,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시세조종 적발 등 불공정 거래행위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하고 투자자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법 규정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거래 관련 사기 행위에 대해 방문판매법, 유사수신행위법, 형법, 특정경제범죄법(사기죄) 등을 적용해 처벌하고 있는데, 고도화된 디지털자산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입증과 법 적용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회에 상정된 다수의 디지털자산법안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종합적 규제체계를 단기간에 정립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다수의 법안 중 공통되고 중요성이 높은 법 조항을 먼저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디지털자산시장에서 규제 공백이 가장 크고, 국회 발의 다수의 법안에서 이론 없이 공동 채택하고 있는 불공정거래 규제조항을 조속히 입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금융시장과 디지털자산시장 모두 투자자 신뢰성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용자의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분리·보관해야 하는 사업자 의무를 법정화해 시장 신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FTX 사태는 디지털자산 이용자 보호가 허술한 경우 대규모 인출(run) 사태가 발생해 시장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화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 5대 거래소 "투자자 보호 공동방안 시행…거래소별로도 노력"
이날 간담회에는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대표들도 참석해 투자자 보호 및 거래소 전산시스템 안정성 등에 관해 주제발표를 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주요 5대 가상화폐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동의 자율규제안을 수립·시행하는 한편, 개별 거래소별로도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원화마켓 거래소는 지난 6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를 발족하고 거래지원, 시장감시, 준법 감시, 교육, 거버넌스 5개 분과를 운영하며 주요 과제를 추진 중이다.
차 대표는 "공동활동 외에도 업비트는 투자자보호센터를 운영하고, 빗썸은 투자자보호를 위한 전용 사이트를 신설했다. 코인원은 가상자산 명세서 한글 공개 및 안전거래 수칙 안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거래소별로 투자자 보호 및 보상 관련 규정을 내구화해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비트의 경우 내부 시스템 장애로 인한 금전적 손해에 대해 '신속 보상 처리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있으며, 빗썸은 관련 업무규정 및 고객 보상 정책 업무방법서를 구비해놓고 있다.
고팍스의 경우 전산시스템 장애 조사절차 마련, 보상금 지급을 위한 이익 적립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원 빗썸코리아 대표는 가상화폐 거래소 전산시스템 안정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데이터를 내부가 아닌 외부 서버에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활용하고 있다.
클라우드 방식은 금융권에서 많이 쓰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방식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초기비용이 낮으나, 운영비용이 높은 게 특징이다.
이 대표는 "AWS와 핫라인 채널을 운영하고 서비스·데이터 이중화, 백업 프로세스로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가상화폐 거래소 전산 개선 방향으로 현재 사용하는 AWS 이외에 다른 클라우드 시스템이나 IDC 등 물리적 백업 시스템을 통해 서버를 다중화하는 것을 들었다.
이 대표는 "재해복구 매뉴얼 개선, 주기적 재해복구 훈련 등을 통해 사고 상황에 대한 적시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s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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