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단 중력렌즈 효과로 110억년 전 초기 우주 초신성 포착
여러날 시차 둔 3개 폭발 장면 허블 이미지 한장에 담겨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110억 년 전에 태양의 500배에 달하는 적색 초거성이 초신성(supernova)으로 폭발하던 3개 장면이 허블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한 장의 이미지에 같이 담겼다.
138억 년의 우주 역사에서 5분의 1이 채 안 지난 시점에서 초신성이 이렇게 자세히 잡힌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미네소타대학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물리·천문학과 패트릭 켈리 부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포착하기 어려운 초기 우주의 초신성을 찾아내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별이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하며 일시적으로 매우 밝게 빛나는 초신성은 짧게는 몇 시간, 길어도 불과 며칠 만에 사라져 가까이서도 포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은하단 '아벨(Abell) 370'을 중력렌즈로 활용해 110억 광년 밖 초신성을 찾아냈다.
중력렌즈 효과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처음 예측한 것으로 무거운 질량을 가진 천체로 인해 배경 빛이 굴절되며 마치 렌즈를 통과해 오는 것처럼 확대돼 보이는 것을 말한다.
빛이 굴절되면서 초신성 폭발 당일과 이틀째, 여드레째 이미지가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이 같아져 허블 망원경에 동시에 잡혔다. 이런 현상은 초신성의 빛이 거쳐온 거리의 차이와 중력으로 인한 시간과 공간 왜곡 등으로 빛이 은하단을 통과하는 경로가 다를 때만 가능하다고 한다.
허블 망원경은 또 초신성 빛의 급속한 변화도 포착했는데, 이는 초신성의 온도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제시됐다. 빛의 색이 푸를수록 더 고온을 띠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데 초기에는 푸르게 포착됐다가 온도가 내려가면서 더 붉게 나타났다.
켈리 부교수는 "세 개의 이미지에서 서로 다른 색을 볼 수 있다"면서 "대형 별이 핵이 붕괴하며 충격을 만들고 가열됐다가 한 주 만에 식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는 내가 본 것 중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중력렌즈는 자연 확대경 같은 역할을 해 허블의 성능을 8배나 높였다"면서 여러 날에 걸쳐 펼쳐진 상황을 3개의 이미지로 한 장에 담아냄으로써 초신성 과정을 다시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연구팀은 또 초신성의 광도와 냉각률 등을 토대로 이 항성이 태양의 500배에 달하는 적색 초거성이라는 점을 추론해 냈는데, 초기 우주에서 죽어가는 별의 크기를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해 허블 망원경 관측 자료에서 초신성을 찾아냈는데, 적외선 영역에서 우주를 더 깊이 더 멀리 관측할 수 있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관측 시간을 확보해 더 먼 곳의 초신성을 관측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초기 우주의 초신성 목록을 만드는 데 기여해 수십억 년 전에 존재했던 항성이 가까이 있는 우주와 얼마나 다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논문 제1저자인 천원레이 박사는 "핵이 붕괴하는 초신성은 대형 별의 죽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가 포착한 초신성의 수는 초기 우주에서 얼마나 많은 대형별이 형성됐는지를 이해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했다.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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