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국가보안법 이후 '英 이민 신청' 홍콩인 27%, 18세 미만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영국이 지난해 홍콩인을 대상으로 발급하기 시작한 특별 비자를 가장 많이 신청한 연령대는 18세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영국 정부 자료를 입수해 9일 보도했다.
영국은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발해 지난해 1월 31일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자국 이민 문호를 확대했다.
BNO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영국에서 거주·노동이 가능하다. 영국 정부는 이후 이들에게 정착 지위를 부여한 뒤 다시 12개월 후에 시민권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영국은 1997년 7월 1일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그해 6월 30일 이전에 태어난 홍콩인 340만 명에게 BNO 지위를 부여했다. 이들의 부양가족까지 합치면 모두 540만 명이 영국 시민권 획득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CMP는 지난해 1월 3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17개월간 BNO 비자를 신청한 홍콩인은 14만2천여 명이며, 이 중 13만3천124명이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BNO 비자 신청자 중 가장 많은 3만8천600명(27.1%)이 18세 미만이며 35∼44세 3만2천600명, 45∼54세 2만7천800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고 덧붙였다.
18세 미만은 성인이 부양가족으로 동반 비자를 신청한 이들이다.
SCMP는 "주요 노동 세대인 25∼54세가 전체 신청자의 55%인 7만8천100명을 차지했다"며 "정부가 해외 인재 유치에 매달릴 게 아니라 홍콩 인재들을 유지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이민 컨설턴트들은 해당 통계에 대해 30∼50세 홍콩인들이 자녀들을 영국에서 교육시키려 이민을 계획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이민 컨설팅회사 골드맥스의 윌리스 푸는 SCMP에 "BNO 신청의 주요 목적은 자신들의 자녀인 다음 세대에 더 밝은 미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대 폴 입 교수는 전문직이 BNO 비자 신청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빈자리가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는 해외 인재 유지만 강조할 게 아니라 홍콩의 발전에 필요한 현지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시정 연설에서 "지난 2년간 노동 인구가 14만명 줄었다"며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쓸어모으겠다"고 밝혔다.
홍콩에서는 국가보안법 시행과 '제코 코로나' 정책으로 지난 2년여 '엑소더스'가 벌어졌다. 이에 코로나19 이전 몇 년간 750만 명을 유지하던 홍콩 인구는 73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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