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급증 중국 광둥성 '정밀방역' 고수…방역 완화 시험대?
중국 제조 허브…전면 봉쇄 땐 경제 큰 충격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강도 방역이 펼쳐지는 중국에서 최근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광둥성이 '정밀 방역'을 고수, 주목받고 있다.
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는 7천740명이다.
이중 광둥성이 2천808명으로 가장 많았고, 네이멍구 1천73명, 허난 1천47명, 신장 698명, 충칭 488명 순이었다.
연일 중국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나오는 광둥성은 지난달 22일 이후 누적 감염자가 1만3천712명에 달했다. 이중 성도(省都)인 광저우에서 1만2천6명이 나와 87%를 차지했다.
그러나 광둥성은 다른 지역과 달리 '정밀 방역'을 고수하고 있다. 광둥성에서 도시가 전면 봉쇄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감염자가 가장 많은 광저우도 도시 봉쇄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하이주구(區)를 지난 4일부터 전면 봉쇄한 데 이어 이날 리완구를 추가 봉쇄했고, 바이윈구는 감염자 발생 지역 일부만 통제하는 등 감염자가 집중 발생한 지역만 선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일단 코로나19가 발생하면 주민 외출을 금지하는 등 고강도 방역에 나서는 중국의 대부분 지역과는 명확히 다른 행보다.
실제 랴오닝성 단둥시는 감염자 2명이 나오자 지난 1일부터 일주일간 도시를 전면 봉쇄했다.
신규 감염자가 한 자릿수로 줄자 지난 8일부터 주민 외출을 허용했지만, 대중교통 운행은 재개하지 않고 실내 밀집 영업 시설은 여전히 폐쇄 중이다.
신장과 네이멍구는 비공개적으로 수개월째 주민 외출을 막는 '은밀한 봉쇄'를 유지,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광둥성의 이런 대응은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글로벌 공급망까지 차질을 빚게 했던 '상하이 봉쇄'를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구 2천500만 명인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는 지난 3월 25일부터 두 달여간 도시를 전면 봉쇄했다.
이 여파로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우한 사태 이후 최저인 0.4%까지 급락했고, 국제적인 물류 대란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중국 제조업과 첨단산업의 '허브'로 불리는 광둥성은 중국 전체 무역의 4분의 1가량을 담당하며 개혁·개방 40년간 중국 경제 발전을 견인해왔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애초 중국 당국이 목표로 삼았던 5.5%를 크게 하회, 3%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광둥성을 봉쇄하면 그 충격이 상하이 봉쇄만큼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일 수천 명대 감염자가 발생하는 데도 광둥성이 고강도 방역에 나서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랜 국제 무역을 통해 내륙과 달리 공무원들의 사고가 유연한 데다 전현직 광둥성 당 서기가 모두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위 인맥인 '시자쥔'(習家軍)의 핵심 멤버로,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을 것이라는 점도 거론된다.
리시 전 서기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입성하고,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선출됐다.
후임인 황쿤밍 당 서기는 직전 중국 중앙선전부장을 지냈고, 19기에 이어 이번 20기 중앙정치국 위원 24명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관심은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에도 광둥성이 정밀 방역을 견지할지에 쏠린다.
광둥성의 유연한 방역이 성공한다면 중국이 경제 침체 극복을 위해 방역 완화의 길로 나서는 물꼬를 터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통제 불능 수준으로 확산한다면 중국의 방역 당국이 3년째 유지해온 고강도 방역의 고삐를 더욱 죌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광저우의 한 교민은 "다른 지역과 달리 코로나19 대응이 유연한 것이 사실이지만, 감염자가 증가해 걱정"이라며 "광저우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협력사 직원들은 봉쇄에 대비, 공장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p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