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사외이사 자소서에 "탄소중립위해 숙박업소 에어컨청소"
안전경영 방침 질문엔 "일산화탄소 중독 예방 우수업소 선정돼"
정일영 의원 "전력분야 전문성·경력 전무…제도 허점 보완해야"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자기소개서에 탄소중립 등 전력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운영중인 숙박업소에서 에어컨 필터 청소 등을 실천하고 있다"고 기술한 대목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일 선임된 사외이사 A씨는 숙박업체 운영 이력이 있는 전직 당원협의회 간부로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아온 인물이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이 한수원으로부터 입수한 신임 사외이사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에 따르면 A씨는 원자력 또는 전력산업 분야 경력이 전무했다.
A씨는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와 경력을 묻는 문항에 "변화하는 전력산업에 발맞춰 나아가겠다"면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현재 운영중인 숙박업소에서도 숙소 내 에어컨 필터 청소와 미사용 플러그 뽑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 사용 등 사소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실행하고 있다"고 적었다.
한수원은 비상임이사 선발 기준에 '전력산업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를 명시해뒀는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한 내용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한수원의 전력사업과는 무관한 부분으로 A씨의 미흡한 전문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의 경영혁신 방향을 묻는 문항에는 무관한 답을 내놨다.
A씨는 "현재 운영중인 숙박업소가 '2019 일산화탄소 중독 자살예방 지원사업' 우수업소에 선정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수원이 더욱 안전하게 원전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중대재해 제로를 이루겠다"고 기술했다.
한수원은 A씨의 자질을 두고 논란이 일자 "지역 언론사 간부 등 경력을 바탕으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소통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A씨가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에 기술한 언론 홍보 계획은 "한수원이 추진하는 사업을 신문, LED 광고 등을 통해 홍보하겠다"고 언급한 것뿐이다.
한수원 비상임이사는 공모를 통해 후보자를 모집한 뒤 임원추천위원회가 1차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검증과 한수원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기재부 장관이 최종 승인하게 된다.
한수원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연간 3천만원의 급여를 받게 된다.
지난 1일 선임한 사외이사는 A씨와 박주현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2명이다. 박 교수는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A씨는 경북 포항에서 숙박업을 했고 지난 5월부터 지역 언론사 임원을 맡고 있다. 자유한국당 포항북구당원협의회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정일영 의원은 "A씨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데는 지역 정치권과의 관계성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전문성과 경험이 전무한 인물을 사외이사 후보군에서 걸러내지 못한 제도적 허점은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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