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시아가 진실된 평화회담 하도록 강제해야"
'협상설' 인정한 백악관…주요은행에도 '러 기업 관계 유지' 요청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전명훈 기자 = 미국 백악관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고위급 접촉을 해온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진실된 평화회담에 임하도록 강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기후변화 등 다양한 국제 현안에서 불안정을 초래하는 세력이라고 비난하면서 "기후 의제에 진지하다면 러시아 침공을 막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안정성을 회복할 필요성에도 진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진실된 평화회담을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미국 정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도록 물밑 설득작업을 벌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거부한 적이 없다"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을 벌일 준비는 돼 있지만 러시아가 먼저 철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협상 상대는 미래의 러시아 지도자이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아니라고 한층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WP 보도 외에도 최근 미국이 러시아와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은 백악관이 러시아 크렘린궁과 소통 채널을 유지해왔다는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뉴욕의 한 행사에 참석해 "크렘린궁과 접촉을 계속하는 것이 이번 전쟁에 영향을 받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WSJ는 설리번 보좌관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서기 등 크렘린궁 고위 관계자들과 비밀리에 만나 핵무기나 다른 대량살상무기(WMD) 사용에 대해 경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과 러시아의 접촉과는 별도로 이번 전쟁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는 책임을 추궁할 의무가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게 책임을 지우도록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이 러시아와 대화할 권리가 있다며 크렘린궁과의 접촉에 대해 "회담은 위험 관리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분위기 속에서도 미국 정부가 자국 대형 은행들에 일부 러시아 기업과 관계를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의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국무부는 JP모건, 씨티그룹 등에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러시아 기업들에는 달러 결제, 송금, 무역금융 등 기본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상 기업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비료 제조사 우라칼리·포스아그로 등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의회가 더욱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 부과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바이든 정부는 세계 경제에 끼칠 충격파를 최소화하면서도 러시아의 전쟁 행위를 최대한 억제하는 방안을 찾고자 이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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