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반도체·철강·ICT마저 마이너스…수출전선 '먹구름'(종합)
월간 수출실적 2년만에 감소 전환…메모리 반도체 타격 커
자동차·이차전지만 증가세…대중 무역적자도 영향
에너지난에 수입 증가일로…누적 무역적자 356억달러로 불어나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힘겹게 지탱해온 수출 전선마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수출 전망도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이다.
그동안 수출 효자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온 반도체, 철강,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의 수출액이 줄줄이 감소하면서 월간 수출 실적이 2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수입액은 계속해서 늘어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356억달러까지 불어나 연간 무역적자가 400억달러 선에 달할 위기에 처했다.
◇ 메모리 반도체 수출부진 뼈아파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524억8천만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5.7% 감소했고, 수입은 591억8천만달러로 9.9%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66억9천600만달러(약 9조6천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전달(37억7천8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7개월째 연속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올해 1∼10월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355억8천만달러에 달하며 300억달러 선을 훌쩍 넘어섰다. 1996년 기록한 역대 최대 적자 206억달러보다도 150억달러 가량 많다.
수출은 불안정한 대외여건 속에서도 지난달까지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해왔지만, 지난 6월부터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다 결국 2020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경기 둔화로 대중국 수출이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출액은 지난달 전체 15개 품목 중 11개 품목에서 작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92억3천만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17.4%나 급감했다.
시스템 반도체 수출(43억8천만달러)은 계속해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45억달러 내외 수출 규모를 유지했지만,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출(44억7천만달러)은 지난달에도 35.7%나 줄어 7월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 메모리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보다 수출 규모가 컸지만,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액이 40억달러대로 내려앉으면서 두 품목의 수출액이 처음으로 비슷해졌다.
D램, 낸드플래시 등의 제품 가격이 글로벌 수요 약세와 재고 누적으로 하락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감소세가 지속되며 좀처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의 수출 감소세도 두드러졌다.
컴퓨터(9억달러)는 그간 SSD(메모리 저장장치) 수요를 견인해온 데이터센터 투자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지연되고 IT 기기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출액이 37.1% 감소했다.
가전(6억2천만달러)은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 등의 긴축정책으로 작년보다 22.3% 줄었고, 디스플레이(18억1천만달러)와 무선통신(17억9천만달러)은 각각 7.9%와 5.4% 감소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수출도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철강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둔화하며 20.8% 감소한 26억7천만달러에 그쳤다.
석유화학은 전방산업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대규모 설비 증설로 공급과잉이 지속되자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도 작년보다 25.5% 감소한 37억3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자동차(28.5%), 이차전지(16.7%) 등은 플러스 성장률을 보이며 역대 10월 중 수출액 1위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작년 10월 수출액이 역대 동월 기준 최고를 기록했던 만큼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지난달 수출이 감소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10월 누계 수출액은 5천774억달러로 연말까지 지난해(6천444억달러) 세운 기존 최고 기록을 무난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대중국 무역적자 월간 최대…에너지 수입액 46억달러↑
지난달 대중국 무역수지는 올해 들어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적자 폭을 기록하며 수출 증가율을 마이너스로 끌어내리는 데 영향을 끼쳤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5∼8월 연속 적자였다가 9월에 잠시 흑자로 돌아섰지만, 지난달 다시 12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액이 작년 동월 대비 15.7% 감소한 121억6천만달러에 그쳤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의 수입 규모는 올해 3월 이후 급격히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반도체(-23.3%), 일반기계(-27.0%), 석유화학(-20.5%) 등 주요 품목의 수출액은 모두 작년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반면 대중국 수입액은 134억달러로 작년보다 11.9% 증가했다.
미국(6.6%)과 EU(10.3%) 수출은 작년보다 늘어 각각 역대 10월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아세안(-5.8%), 중남미(-27.0%), 중동(-6.5%) 등 지역으로의 수출은 모두 감소했다.
이처럼 반도체 등 주요 품목과 대중국 수출 흐름이 악화된 가운데 전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전체 수입액은 600억달러에 육박했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155억3천만달러로 작년보다 42.1%(46억달러)나 많았다.
특히 겨울철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에너지원을 조기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수입액도 늘었다.
3대 에너지원의 1∼10월 누적 수입액은 작년보다 716억달러 늘어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를 2배 이상 웃돌았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부처별로 수출지원 전담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무역투자전략회의 등을 통해 이행 현황을 관리해나갈 것"이라며 "에너지 수요 감축을 위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을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ee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