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 재확산 이란서 보안군 발포로 최소 8명 사망"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의문사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의 사망 40일을 맞아 벌어진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이어진 가운데 보안군의 발포로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AI)은 27일(현지시간) 아미니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린 4개 주에서 보안군이 전날 밤부터 실탄을 발사해 최소 8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무모하고 불법적인 총기 사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는 쿠르드족이 많이 사는 이란 서부의 여러 주에서 벌어졌지만, 특히 서아제르바이잔주(州) 마하바드에서 시위대와 보안군의 충돌이 극심했다.
이란 국영 매체에 따르면 마하바드에서는 반정부 시위 중 사망한 이스마일 말루디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시민 수백 명이 시장 관사 등 정부 건물을 공격했다.
SNS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시위대는 정부 건물에 불을 질렀고, "쿠르디스탄(쿠르드족이 다수인 이란의 고원지대)은 파시스트의 무덤이 될 것이다.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 구호를 외쳤다.
총소리에 놀란 시위대가 급히 피신하는 장면도 영상에 담겼다.
이란 관리들은 정부 건물을 공격한 시위대를 '분리주의 테러 그룹'이라고 지칭했다.
이란 국영 매체는 이날 보안군과 시위대의 충돌 과정에서 최소 3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또 서부 로레스탄주(州) 주도인 호라마바드에서도 시위대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겨냥해 "독재자 퇴진" 등 구호를 외쳤다. 이곳에서도 보안군의 발포가 있었지만, 사망자 발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3일 22살의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됐고 사흘 뒤 의문사했다.
아미니의 사망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으며 이슬람 문화권에서 망자의 영혼이 잠시 돌아온다고 여겨지는 사망 40일째 되는 날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지금까지 최소 200명이 시위와 관련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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