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레바논, 해상 경계 획정안 서명…영유권 분쟁 일단락(종합)
이스라엘총리 "적대국이 이스라엘 국가 인정"…레바논 대통령 "정치적 함의 없어"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환영…동지중해 가스·석유 탐사 개발 본격화 전망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공식적으로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해상 경계 획정안에 공식 합의해 10년 넘게 끌어온 영유권 분쟁을 일단락지었다.
이로써 양국 분쟁 수역에 풍부하게 매장된 천연가스와 석유 등 탐사와 개발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스라엘은 27일(현지시간) 특별 각료회의를 소집해 중재자인 미국이 제시한 레바논과 해상 경계 획정안을 승인하고,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각료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 합의는 정치적인 성취다. 적성국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면으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오늘 이스라엘은 안보, 경제, 외교, 에너지 분야에서 승리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레바논도 이날 해상 경계 획정안을 공식 승인했다.
레바논 측 협상 대표인 엘리아스 부 사브 의원은 미셸 아운 대통령이 획정안에 공식 서명했다면서 "이번 합의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다만 아운 대통령은 "남쪽 해상 경계 획정은 기술적인 문제로 정치적인 함의는 없다"며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에 선을 그었다.
분쟁 수역 내 이스라엘의 가스전 개발 현장 근처에 무인 정찰기를 보내며 긴장을 고조시켰던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경계 획정을 반겼다.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TV 연설을 통해 경계 획정에 따라 자체 동원령을 해제한다면서 "획정안 서명은 레바논에 큰 승리를 안겼다.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관한 냄새도 풍기지 않을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이날 육상 국경인 나쿠라의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 사무소에서 각자 서명한 경계 획정안을 미국과 유엔에 제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양국은 미국의 입회하에 유엔에 최종 합의문을 제출함으로써 합의 실행을 위한 조처를 끝냈다"며 환영했다.
중재역을 맡은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 국무부 에너지 특사는 "이번 합의는 (최악의 위기를 맞은) 레바논 경제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그러나 한쪽에서 합의를 위반하게 되면 모두 패자가 될 것"이라며, 분쟁이 생길 경우 미국이 '보증자' 자격으로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의 최종 합의로 860㎢에 달하는 양국 분쟁 수역 대부분에 대한 권리를 레바논이 갖는다.
이스라엘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해상 경계인 '부표 라인'(Line of Buoys)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게 된다. 부표라인은 이스라엘이 해상 안보를 위해 양국 육상 경계로부터 5㎞까지 그어 놓은 해상 경계선이다.
영유권 분쟁 해역에 있는 카리시(Karish) 가스전은 이스라엘이, 카나(Qana), 시돈(Sidon) 가스전은 레바논이 각각 개발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측 가스전 개발에서 생긴 수익의 일부를 사용료로 받는다.
양국의 영유권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동지중해 가스전 개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이 개발해온 카리시 가스전에서는 전날부터 가스 생산이 시작됐고, 레바논 측 카나 가스전도 당국의 승인을 받은 프랑스 토털에너지사가 조만간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적대관계를 이어왔고, 지금도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다.
양국은 지중해 연안에서 거대한 천연가스와 석유 매장지가 잇따라 발견되자 지난 2009년부터 영유권을 주장하며 여러 차례 협상을 시도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지난 6월 분쟁 수역에 있는 가스전에 가스 생산 및 저장 설비를 갖춘 선박을 진입시켰다.
그러자 레바논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미국에 중재를 요청해 간접 협상을 진행해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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