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교도소로 반군지도자 시신 운구…장관, 8시간만에 경질
'조문 기회 안 주면 폭동' 유족 위협에 굴복…교도소장도 해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파라과이에서 교정당국이 옥살이 중인 유족의 '추모'를 위해 교도소로 게릴라 지도자 시신을 들여보내 논란을 빚고 있다.
마침 이날 취임한 교정 행정 책임자인 법무장관은 8시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26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일간 'ABC 콜로르'에 따르면 반군 게릴라 조직 '파라과이 인민군'(EPP) 지도자 오스발도 비얄바가 지난 23일 수도 아순시온 북동쪽에 있는 아맘바이주에서 정규군과의 교전 중 숨졌다.
EPP는 도심 외곽 시골 마을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살인과 납치 범죄를 주로 자행했는데, 2020년 오스카 데니스 전 부통령도 이들로부터 납치를 당했었다.
장례 절차를 마치고 전날 묘지로 운구되던 관은 돌연 경찰 입회하에 아순시온에 있는 부엔파스토르 여자교도소로 들여보내졌다.
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오스발도 비얄바의 누나, 카르멘 비얄바를 위해서였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카르멘은 EPP 설립자로, 다른 범죄로 감옥에 갇혔던 2004년에 탈옥을 시도하며 경찰관 3명을 살해하려 한 죄로 복역 중이다.
카르멘은 '동생에게 추모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폭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교도관 등을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은 소셜미디어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곧바로 알려졌고, EPP 피해자를 포함한 파라과이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전 부통령 가족은 "정부가 테러리즘을 낭만적으로 만들고 EPP 희생자의 아픔을 모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협박에 굴복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라거나 '이성과 상식이 죽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 정부는 에드가 타보아다 법무장관과 마리안 바스케스 교도소장 해임을 발표했다.
특히 타보아다 장관은 이날 오전 취임했는데, 약 8시간 만에 경질됐다.
앞서 그는 취임 일성으로 "교정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구멍 뚫린 교정 행정 현실에 취임사 잉크도 마르기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카를로스 마리아 로페스 하원의장(야당)은 "아직도 해명해야 할 정부 관계자가 많다"며 "관이 교도소로 들어갈 수 있도록 누군가 명령을 내렸다는 건데, 어떤 경우에라도 범죄자에게 특권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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