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위해 에도시대 이미지 부각"
동북아역사재단, 니가타현 조선인 관련 현장 답사·활동가 교류
"조선인 희생자 찾아내 기억해야…역사 왜곡엔 일관된 대응 필요"
(나리타=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3년 전에는 사도(佐渡) 광산을 소개하는 소책자나 전단 표지 사진이 기타자와 유적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16세기 광산 마을과 에도시대 갱도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사도 광산 이미지를 에도시대로 국한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역사 연구자인 정혜경 박사는 26일 일본 나리타(成田) 공항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일본이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체 역사가 아닌 특정한 시대의 역사만 조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가 언급한 기타자와 유적은 사도 광산의 근대화와 관련된 건물이다. 사도시 홈페이지는 이곳을 '근대 유산의 상징'으로 소개하고 있다.
사도 광산은 에도시대에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뒤에는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이용됐다.
일제강점기에 1천 명이 넘는 조선인이 사도 광산에서 노역에 동원됐으나, 이들 중 일부는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동원에 따른 비난을 피하고자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대상 시기를 에도시대인 16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로 한정했다.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는 올해 초 유네스코에 제출됐으나, 서류에 미비점이 있어 내년 2월 1일까지 다시 내야 하는 상황이다.
정 박사는 "일본은 2015년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할 때부터 역사 왜곡을 가속하고 있다"며 "사도 광산이 세계유산이 안 된다고 해서 일본이 관련 작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면 에도시대뿐만 아니라 전 시기의 완전한 역사를 넣어서 세계 시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장기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면서도 일부 유산에는 제대로 된 안내판이 설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니시미카와 사금산(砂金山)에 갔는데, 사금 채취를 했다는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며 "세계유산 자문기구가 실사를 왔을 때 유산 가치를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21일부터 이날까지 조건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허광무 부평문화원 상임연구위원과 함께 사도 광산, 시나노가와(信濃川) 주변 수력발전소 등 니가타(新潟)현의 조선인 관련 현장을 돌아봤다.
이들은 동북아역사재단이 기획한 이번 답사에서 한국에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들을 살펴보고, 현지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역사 연구자와 만나 교류했다.
허 위원은 사도 광산에서 일한 조선인들의 기숙사 위치를 직접 본 점을 답사 성과로 꼽았다.
그는 "사도 광산의 조선인 동원 문제가 연구되기 시작한 계기가 1955년 연초 배급 명부 발견이었는데, 이 명부가 나온 장소를 확인했다"며 "답사를 하면서 당시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100년 전인 1922년 무렵 조선인 집단 학살 사건이 벌어진 나카쓰가와 발전소와 위령비도 들렀다. 이 사건은 이듬해 벌어진 간토(關東)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과 비교하면 잘 알려지지 않았다.
허 위원은 "이곳에서 희생된 조선인은 잊힌 사람들이었다"며 "한 분, 한 분을 찾아내 기억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고령의 일본인 역사 연구자들이 사라지면 조선인 강제동원의 증언을 확보할 길이 사라진다면서 한국과 일본 간 교류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도 "일본과의 역사 문제에 대응하려면 교류가 중요하다"며 "교류를 하다 보면 일본에서 제대로 된 역사를 알리는 기회를 늘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니가타현의 다양한 조선인 유적을 조사하고 추도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일본의 주장에 역사적 사실이 누락되거나 왜곡돼 있는지 알아보고 자료를 모으기 위해 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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